내과학회 "내과 수련과정 선진화·표준화 개혁 나선다"

박중원 이사장, 전공의 배정 확대 주장… 비대면진료 등 중점 과제도 언급

"전공의가 전국의 어느 수련기관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표준화된 교육체계를 만들어, 핵심적인 수련내용은 꼭 수행할 수 있도록 학회가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한내과학회(이사장 박중원)가 내과 전공의 수련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개혁을 알리는 동시에 전공의 배정 수도 확대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필수 진료과인 내과에 대한 정책적 지원부족 문제, 비대면진료, 입원전담전문의 등 중점 과제를 언급했다. 

프로그램 직업전문성 등 개선… 내과 수련지침서 개발

가장 먼저 박 이사장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편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학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정부의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 시행으로 인해 내과도 전공의 정원이 10% 이상 줄었고, 2017년부터는 전공의 주간 수련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됐다. 

박 이사장은 "전공의 수련기간도 3년으로 단축되면서 교육 수련의 효율화와 체계화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됐다"며 "내과학회는 이러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내과전공의 수련과정의 선진화에 앞장서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과학회는 그동안 강좌 중심의 도제식 교육과 공통된 수련교육 프로그램 부재로 인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직업전문성, 인성교육, 윤리교육을 개선한다. 

내과학회는 수련과정을 역량 중심-성과 바탕 교육으로 전환해 2017년에 과거 사용하던 내과전공의 학습목표를 대신할 내과전공의 수련핵심역량집을 만들어 보급한 바 있다.

또 수련역량을 지도전문의의 평가가 필요한 역량과 스스로 학습 대상 역량으로 나눴으며, 증상 및 징후에 대한 역량과 질환에 대한 역량, 그리고 술기 역량 중 지도전문의의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역량을 정했다.

내과학회는 지난 2020년 진행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사업을 통해 역량 중심 수련교과과정을 더 정교하게 개발했으며, 내과전문역량 평가를 신설했다. 15가지 항목을 통해 연차별 수련을 마치는 시점에서 종합적 역량평가를 받도록 했다.

내과학회는 내과전공의 핵심역량 평가지침서와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를 위한 내과전공의 수련지침서도 개발했다.

박 이사장은 "내과 전공의가 전국 어느 수련기관에서 교육을 받아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표준화된 교육체계를 만들어 핵심적 수련 내용은 꼭 수행할 수 있도록 학회가 지원할 것"이라며 "올해 3월에는 전체 수련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며 "1, 2년차는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3년차는 수련기관이 선택적으로 참여를 정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e-포트폴리오와 전공의 기록이 통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과 전공의 확대는 필수, 수도권도 진료공백 문제 多

이날 박 이사장은 내과 전공의 배정 수를 현재 보다 50~70명 늘려 7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내과 전공의 배정 수는 기초정원이 603명, 보건복지부 정책 정원까지 포함할 경우 630~650명 수준이다. 현행 603명의 내과 전공의 기초정원은 수도권 361명, 비수도권 242명으로 6:4 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비수도권 정원을 늘려 기조정원 비율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을 5:5로 개정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박 이사장은 "이렇게 기계적으로 5:5로 바꾼다면 수도권 정원 60명을 비수도권수련병원으로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내과환자의 중증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도권도 진료공백이 큰 문제다"라며 "이는 정부가 전공의 정원 배정 시 학회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문의가 더 늘어야 하며, 내과는 가장 중심에 있다"며 "전체 26개 전문과목의 총 정원이 3186명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내과에 정원을 더 배정하려면 다른 과에서 정원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별 적정 전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보건복지부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내과학회, 비대면진료 기본적으로 반대

특히 내과학회는 기본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이사장은 "현재의 비대면 진료는 플랫폼에 기반해 서비스하다보니 많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난립과 약제의 무분별한 처방으로 인해 오남용의 기회가 많아졌다"며 "병의원도 본질적인 의사의 사명인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보다는 플랫폼에서 수집하는 환자의 평가에 신경 쓰게 되고, 의사가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끌려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과적 질환은 처음 진단이 중요하고 한 환자에서 여러 복합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에 비해 오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이사장은 비대면 진료가 지닌 다양한 문제점의 해결 방안이 있다면 제한된 범위에서 시범사업을 시도해볼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도서벽지의 인프라 부족 지역, 해외 체류하는 국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고령의 환자, 재진 환자만 적용하는 등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의 범위를 정하고, 오진의 위험을 낮추는 방안과 책임 소재에 대해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수가와 운영규정 개선 시급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필수의료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핵심부서가 응급, 입원, 중환자 진료이다.

이에 내과학회는 기존의 전공의 인력에 의존하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할 것을 선제적으로 요청했고, 5년여의 시범사업 후 2021년부터 입원전담전문의 수가가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은 실제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으로, 새로운 인력 유인책과 함께 기존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지속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개선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이사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체계는 대체인력 및 휴일·휴가에 대한 고려가 없는 구조"라며 "휴가를 가지 못하거나 주말까지 근무를 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사직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무리한 근무 일정 없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입원전담전문의가 반드시 해야 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진료 외의 근무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당직 부담을 완화하고, 1형 쏠림 현상이 개선될 경우 진료 외의 다양한 입원 관련 업무가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했다.

내과학회는 지난해 규정을 개정해 산하에 연구회를 두도록 했는데 '입원의학 연구회'를  처음으로 만들어 입원전담전문의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내과학회지에 입원의학 세션을 만들어 입원의학 리뷰 논문을 게재하고 있으며, POCUS (point of care ultrasonography) 프로그램 개발, 입원의학 교과서 편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무엇보다 수가 현실화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관 학회 및 연구회가 참여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운영협의체 구성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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