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중재학회 "TAVI 시술 선택 제한, 비현실적 기준과 수가도 문제"

환자들에 TAVI 시술 치료결정권 부여해야, 수가정상화는 필수

심장을 열지 않고 판막을 치환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서는 비현실적 기준과 수가로 인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심장통합진료팀'이라는 말도 안되는 조건이 환자와 주치의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며, TAVI 시술에 대한 비현실적 수가 책정으로 시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신라호텔에서 개최하고 있는 제19회 동계국제학술대회(KSIC 2023)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현실을 언급했다. 

TAVI 시술은 '판막수술'과 함께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의 혈액이 좌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대동맥판막'이 어떤 이유로 좁아지게 돼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이동하는 과정에 장애가 생기게 되는 질환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치료법인 판막수술은 전신마취 후 가슴을 열고 체외 순환기를 삽입해 심장을 멈추고 잠시 멈춘 심장을 열어 협착된 대동맥판막을 제거해 인조판막을 삽입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70대 이상의 고령에 다중 위험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수술의 위험이 크고, 개흉술에 대한 거부감이 커 수술을 받지 못하고 약물치료를 하다가 사망하는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1년 국내 도입된 TAVI는 조건부 선별급여에서 2022년 급여로 전환됨에 따라 80세 이상과 수술 고위험군은 중증질환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본인부담금 5%만 내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수술 연관 사망 예측률이 4~8%인 중간 위험도군은 50% 선별급여 ▲수술 사망 예측률 4% 미만인 저위험도군은 본인부담 80%의 선별급여를 적용 받는다.

이날 심혈관중재학회 배장환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심장내과)는 "해외 선진국들은 대부분 최소 75세 이상이 되면 TAVI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80세 이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80세가 되지 못하면 환자가 원해도 TAVI시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또 3000만원에 가까운 TAVI 시술도구에 대한 비용의 80%를 본인 부담으로 시행해야 하는 환자들은 본인이 원해도 경제적 이유로 인해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판막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일부 급여 확대라는 점이다. 배 보험이사는 본인부담 5% 급여에 들어오면 드는 비용이 몇 백만원 정도"라며 "그러나 50퍼센트는 1600만원이 든다. 실손보험이 있거나 하지 않으면 아직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TAVI 치료를 결정하기 위한 '심장통합진료팀' 운영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심장통합진료팀의 구성은 심장내과 2인, 흉부외과 2인, 마취통증의학과 1인, 영상의학과 1인 이상의 전문의로, 최소 6인이 대면으로 모여 환자의 TAVI 시술의 가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즉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현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타비시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고 스스로 치료방침을 결정할 권리가 전혀 주어지지 않으며 해당 환자를 오래 관찰해온 주치의조차 치료방침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반해 외국은 심장통합진료팀이 타비시술 가능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해당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도록 돼 있다.

배 보험이사는 "환자의 상태가 매우 중하고 전문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만장일치의 결정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도 한 명의 반대만 있어도 타비시술을 할 수 없다는 건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또 심장통합진료팀은 언뜻 다학제진료처럼 보이나 그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 해당 환자를 가장 잘 아는 담당주치의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건 기본적인 운영원칙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함께 학회는 TAVI 시술 활성화가 되지 못하는 걸림돌로 저수가도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TAVI의 보험급여가 나아졌다고 해도 모두 재료대에 대한 보상이며 시술행위에 대해서는 48만원으로 근거없는 저수가를 고수하고 있다. 심평원에서도 수술적 접근방법과 비교하여 시술시간은 72%, 업무량은 97%에 해당됨을 확인하였으나, 유사행위인 경피적 폐동맥판막삽입술의 행위수가의 1/3도 안되는 수가를 유지하고 있다.

배 교수는 "TAVI 시술전 30%정도의 환자는 TAVI 기구가 판막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져, 사전 풍선확장술을 하는 데 이 풍선 확장술의 행위수가가 TAVI 행위수가의 두 배가 넘지만 이 수가는 청구조차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가 여섯명 이상이 모이는 심장통합진료에 대한 보상조차 없을 뿐 아니라 TAVI 시술동안 수술장을 비우고 흉부외과 전문의가 발생할 수 있는합병증등에 대해 즉각적인 개흉수술이 가능하도록 대기하도록 강제하고 있음에도, 흉부외과 전문의에 대한 대기 수가 등은 아예 책정이 안 되고 있는것이 현실"이라며 "TAVI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시술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정부는 방치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최동훈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모든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환자에 대해 심장통합진료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환자들이 최소한 타비시술이라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있음을 공지받고 해당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등이 협의해 최선의 치료방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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