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전문의 기피현상 심화, 전공의 늘리고 수가 정상화돼야"

마취통증의학회, 산과 마취전문의 고용난 심각… 주요 회무로 세계 3대 학술지도 목표 

높아지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지원 인기에도 불구, 통증전문의 쏠림현상이 유독 심해 수술현장 마취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은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공의 정원 증원이 필요하며, 마취수가 정상화가 꼭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 회장은 마취분야 전공이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마취 분야 저수가를 꼽았다. 

실제 전국 주요 수련병원 32곳의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분석한 결과, 마취통증의학과는 51개 병원의 모집 정원 170명 중 223명이 지원해 1대 1.31의 매우 높은 경쟁율을 보였다.

연 회장은 "높은 인기의 이유는 타 전공과목에 비해 전공의 근무 80시간 준수 등 워라밸이 잘 보장되고, 환자를 많이 대면하지 않는 특성이 MZ 세대에 어필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 80시간 근무환경이 전공의 수련 기간 중에 잘 지켜지며, 환자인계 후 병원을 벗어나면 더 이상 환자나 병원 업무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본인만을 위한 시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는 설명이다. 

즉, 일과 개인생활이 잘 분리되는 이점이 있다. 또한 마취 업무는 타과의 진료 업무와 비교할 때 환자나 보호자와의 불평이나 트러블을 경험할 일이 많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과도한 당직과 고위험 수술, 소송의 위험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개원이 급증하면서 분만병원들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전공의 인기 지원 이유가 전문의 진로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 

이어 "결과적으로 수술에 난항을 겪는 산부인과 병원이 늘어나는 등 분만 인프라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은 최근 5년간 매년 4~7%씩 증가해 10년 전 대비 73.6% 늘었다"고 전했다. 

연 회장은 "우리 학회는 마취전문의 기피 현상과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의료계의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정책적 방법으로 변화를 유도하고 환자의 안전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통증 개원가로 유입되면서 부족하게 된 마취전문의를 보충할 전문의 양성을 위해 전공의 정원책정 티오 증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마취 전문의 기피로 인한 분만병원 등 마취 전문의 고용난 해결을 위해서는 분만 마취수가 정상화 등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학회는 ▲전문의 초빙료 인상 ▲의원과 병원급에 한해 마취 전문의 마취 시 수가 가산을 요청했다.

연 회장은 "분만 마취수가 정상화 등 수가 가산이 필요하고 고위험·고난도 수술, 야간 휴일 응급수술 정책가산, 적정보상 강화, 분만 인프라 회복 등에도 마취 수가 가산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마취 전문의 고용난으로 마취 위험성이 높은 산과(분만) 영역에서 심지어 마취 전문간호사와 같은 무자격자에 의한 마취가 시행되고 있어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 매우 위협받고 있는 상황도 우려했다. 

연 회장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설명의무법에서 수혈, 전신마취의 주된 마취의사, 방법 변경에 대해 환자에게 서면으로 동의 받도록 하고 있다"며 "마취 도중 마취주치의가 변경되는 경우 서면으로 허락 받아야 하는 시대에 간호사가 마취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어떤 환자는 마취전문의에게 마취를 받고, 일부 어떤 환자는 본인 동의도 없이 불법 무면허의료 행위와 무면허의료 교사 행위의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전문간호사 마취에 관한 사안이 일단락되었으므로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대다수병원들과 마취 관련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당국의 엄격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 및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 회장은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중점사업으로 마취통증의학회 학술지 'Korean Journal of Anesthesiology'를 세계 3위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또 ▲정부 필수의료 대책 논의 참여 ▲마취전문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안 제시 ▲외과계열과의 상생 ▲마취 프리랜서 팀 조직화 ▲표준마취안전기준 확립 ▲소아마취 및 진정 안전성 제고 등을 강조했다.

연 회장은 "우리 회원들의 위상과 자존심을 해치는 어떠한 일에도 분연히 일어나는 회장이 되도록 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회원들이 학회의 존재를 피부로 느끼고, 마취통증의학회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마취통증의학회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