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혈변, 급박변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은 증상이 심할 경우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다. 시험, 면접, 사람들과의 만남과 같은 중요하고 긴장된 순간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은 평생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꾸준한 치료로 염증을 잘 조절한다면 일반인과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 염증을 조절하는 약제와 면역을 조절하는 약제로 나눌 수 있는데, 염증 조절 약제로는 5-ASA 제제가 대표적인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옥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궤양성 대장염 치료 및 5-ASA 제제의 쓰임에 대해 알아본다.
Q1.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쓰이는 5-ASA는 어떤 약제인가.
5-ASA 제제는 궤양성 대장염의 중증도를 불문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약제이다. 특히 경증 및 중등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 치료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약제라고 할 수 있다.
5-ASA 제제에는 여러 약제가 있는데, 복용 방법에 따라 크게 경구제와 국소 제제로 분류한다. 국소제제는 장 내 국소 부위에 작용하는 좌약, 관장약 등을 말한다. 대부분의 5-ASA 제제는 혈액으로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직접 방출하며 효과를 나타낸다.
5-ASA 경구제는 대장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구분되며, 종류에 따라 약물 방출을 시작하는 부위가 다르다. MMX(Multi Matrix System) 작용기전을 보유한 메자반트는 좌측 대장을 거쳐 직장까지 약물이 방출될 수 있도록 전체 대장에 약물을 최대한 골고루 분포시킨다. pH-dependent 약제는 장관 내 특정 pH(산성도)에 도달하면 붕해 되어 소장 말단 부위에서 대장으로 약물을 방출한다. Time-dependent 제제는 근위부 소장부터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기전으로 소장 전체와 대장까지 약효를 발휘한다.
Q2. 약제 별 기전에 따라 약효가 방출되는 부위가 다르다면, 각 약제들이 최적의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케이스도 각기 다를 것 같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5-ASA 제제 간 효과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약제를 처방할 때는 약제 방출 기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MMX 작용 기전인 메자반트는 친유성-친수성 매트릭스로 원위부 대장까지 약제를 잘 분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좌측 및 궤양성 대장염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pH-dependent 제제는 말단 회장인 원위부 소장부터 붕해가 시작되어 오른쪽에 위치한 근위부 대장, 즉 우측 대장염의 염증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 Time-dependent 제제는 근위부 소장부터 약물이 방출되므로 소장 위주로 염증이 나타나는 크론병 치료에서 유리하다.
Q3. 그렇다면 직장까지 약효가 전달되는 메자반트를 좌약의 대안으로도 고려할 수 있나?
여러 임상연구에서 직장 등 원위부 대장에만 염증이 침범한 경우에는 경구제보다 좌약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좌약 사용이 어려운 환자라면 Time-dependent, pH-dependent 제제 보다는 메자반트를 좌약의 대체재로 고려할 수도 있겠다.
Q4. 메자반트로 치료 중인 환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메자반트는 다른 5-ASA 경구제에 비해 한 알에 포함된 용량이 많기 때문에, 적은 정제 수로도 고용량을 복용할 수 있다. 1일 1회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환자의 복약순응도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한 대장 전체에 약물을 골고루 약효를 분포하는 기전을 고려했을 때, 원위부 대장의 염증 치료에서 좌약 사용의 어려움으로 복약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에게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Q5. 궤양성 대장염의 염증 위치를 크게 직장염, 좌측 대장염, 광범위 대장염으로 구분할 때, 염증 부위별 국내 환자 비율은 어떠한가?
가장 최근에 나온 국내 데이터를 보면 직장염이 59% 비율로 가장 많고, 좌측 대장염이 16.6%, 광범위 대장염이 23.1%였다. 궤양성 대장염이 먼저 발생한 서구 데이터도 국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Q6. 염증 부위가 넓을수록 질환의 중증도도 높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염증 부위가 넓을수록 중증도가 높을 가능성이 커질 수는 있으나, 병변의 범위가 중증도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병변 범위는 향후 질환 악화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볼 수 있다.
Q7. 환자마다 염증이 생기는 부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첫 진단 때 확인된 병변 범위가 평생 유지되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며 염증 범위가 넓어지기도 한다. 5-ASA 제제를 잘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약제가 병변의 근위부 확장 진행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꾸준한 복용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이런 치료 효과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Q8. 만성질환은 꾸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병행하거나 당부하는 것이 있다면?
환자가 치료에 대한 충분한 동기 부여를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치료 과정이 아무리 까다롭고 힘들어도 꾸준히 치료하여 관해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시작 전에 환자에게 지속적인 치료의 중요성과, 치료가 중단되었을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궤양성 대장염은 유지 치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약 복용법이 간단할수록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젊은 환자들은 사회 생활이 바쁜 경우가 많아, 복용 정제 수가 너무 많거나 하루에 여러 번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약을 챙겨 먹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고용량 제제를 통해 복용 정제 수를 줄이고, 1일 1회 복용으로 횟수를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약 복용을 잊지 않도록 핸드폰 알람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Q9. 환자들이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요소는 어떤 것인가?
환자들에게는 복약 횟수가 가장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학생인 환자는 아침 식후 약은 잘 챙겨 먹지만 낮 시간에는 여러 활동으로 인해 복용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1일 1회 복용으로 복약 횟수를 줄이는 것이 복약 순응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Q10. 궤양성 대장염을 치료하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은 평생 재발과 호전이 반복될 수 있는 질환이기에 지속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좋은 약제가 많이 등장해 증상 호전을 넘어 내시경적 관해와 조직학적 치유를 치료 목표로 바라보고 있다. 자신의 질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열심히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고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하면 좋겠다.
최근 다양한 매체들이 발달하면서 질환에 대한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잘못된 지식도 많다.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기 보다는 의료진과 함께 의논하며 치료해야 한다. 꾸준히 관리한다면 일반인과 큰 차이 없는 일생생활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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