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성장 한계? 규제 풀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해야

[신년기획 / 보건산업 규제혁신 과제] 화장품 분야

화장품산업 체질 강화 우선과제… 정부 규제정책 사후관리 체계로


최근 10여년간 국내 화장품산업은 수출 효자산업으로 급부상했다. 3년간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도 화장품 수출은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 2021년 세계 3위의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봉쇄령에 따른 불황 장기화, 현지 로컬 브랜드의 부상 등 중국 시장에서의 K-뷰티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화장품 수출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불황이 겹쳐 신흥 수출시장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제 K-뷰티는 가장 큰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기저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시장 변수가 등장했고, 이로 인한 변화와 혁신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화장품 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거센 이유다.

내수 시장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업계 허리 역할을 했던 원브랜드숍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다. 해외 직구나 면세점 매출도 급감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K-뷰티의 성장이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중소형 기업이 난립하는 국내 화장품 시장 구조상 혁신적인 기술이나 첨단 소재의 연구개발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내외적인 세계정세와 함께 최근의 장기적인 중국 경제 침체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일 수밖에 없다.

기형적인 국내 화장품 산업의 재편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언제까지 중국 눈치만 보고 있을 수도 없다. 업계에서도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서 신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북미, 유럽, 일본은 물론이고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K-뷰티의 영역 확대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기술·신소재 개발을 중심으로 K-뷰티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화장품 산업의 글로벌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K-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첨단 신기술과 혁신적인 소재 발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신 기술·소재 R&D투자 필수

여기에 글로벌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표준에 맞는 규제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K-뷰티 위기설에 대해 정부의 관리능력 부재를 논하며 보다 효율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정부 주도의 사전 관리에서 사후관리 중심으로 규제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의 배경에는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기술적으로 성숙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첨단 기술 개발과 히트 상품 개발을 막는 요소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민·관의 소통도 필수다. 지난해 6월에는 화장품산업 성장 이끌 규제혁신 민간 협의체도 출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화장품협회가 공동 구성한 협의체 '도약!(Jump-up) K-코스메틱'은 민·관이 함께 소통·협업해 안전하고 품질이 확보된 화장품의 생산·공급을 지원하고 화장품 산업 성장을 이끌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민관협의체가 화장품 산업 선진화와 혁신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규제로 소비자가 안전한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유기농 민간인증 허용

식약처는 또 지난해 8월 '식의약 분야 규제 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100대 과제 중 화장품 분야는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 민간주도 전환, 화장품 원료 사용 보고 의무 폐지 등이 담겼다.

천연·유기농화장품 민간인증 허용은 정부 중심의 인증체계를 시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에 따라 이번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 선정됐다. 천연·유기농화장품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식약처는 민간 인증기관의 목록을 공개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인증 결과를 표시·광고에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개선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인증기준 활용으로 시장 진입이 용이해지고 표시·광고의 자율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심사업무를 가중시켰던 화장품 원료 사용에 대한 보고 의무도 폐지된다.기존에는 책임판매업자가 화장품 유통 판매 전 제품에 사용된 원료목록을 식약처에 보고했으나, 향후 업계 자율보고로 전환한다. 업체 행정 소요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 자격 요건도 완화된다. 식약처는 화장품 책임판매 관리자의 자격기준에 조제관리사의 품질관리 업무 경력을 삭제할 계획이다.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의 고용 장벽을 낮춰줄 것으로 보인다.

기능성화장품제도 폐지 논의

기능성화장품 폐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복잡한 심사과정과 과도한 규정으로 인해 새로운 혁신제품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글로벌 규제 조화에도 맞지 않은 제도로 인해 업계 성장동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줘야 산업 발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규제 완화와 소비자 안전은 '양면의 칼날'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균형이 이뤄질 때 업계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규제 해소뿐 아니라 수출국의 안전 요구 수준에 맞는 새로운 안전관리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단계적인 관리체계가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로서는 안전성 DB 구축이나 안전관리 전문가 육성 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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