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 막걸리와 마유주(馬乳酒)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이미 작고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오진섭(吳鎭燮) 교수는 풍채가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약리학 교수였다. 경기도 여주 분으로 경성제대를 나와서 약리학 교수로 정년까지 일하신 분이다. 지금은 천연물과학연구소가 됐지만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생약연구소 소장직을 겸직하셨다. 

그가 강의할 때는 반드시 조교수와 전임강사들이 흑판 옆에 배열해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새로웠던 기억이 있다. 그는 강의를 잘하고 언변도 좋았다. 학기 강의를 끝내기 전 두세 시간은 언제나 막걸리 예찬으로 이어졌다. 세월이 지나 막걸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마시는 술이 됐다.

세계적으로 보면 나라와 지역에 따라 몸에 좋다는 술들이 많다.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청주가 국민주로 사랑받았고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에서는 포도주를 좋아했다. 한때 포도주는 술이 아니라 건강음료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사랑을 받았다. 점심 식사와 함께 대낮부터 포도주를 마시는 일이 일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접어들면서 포도주도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간 기능을 저하시킨다며 지나친 음주를 경계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막걸리를 식량의 일부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점차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조선초에 들어온 소주도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6.25 이전까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국은 '붉은 수수밭'이란 영화에서 보듯 곡물을 이용한 증류주를 마셔왔다.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갈(고량주)이나 유명한 마오타이도 증류주다. 

나는 여러 나라 전통의학을 조사하고자 많은 나라를 가보았다. 각 나라 전통주도 접해봤지만, 그중 증류주와는 다른 몽골 마유주(馬乳酒)가 생각난다. 몽골 지방 병원에서는 온천 같은 물에 생약을 넣고 목욕을 시키는 약용실을 가지고 있었다. 몸이 불편하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마유주를 권하기도 했다. 

마유주는 말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막걸리와 비슷한 술이다. 놀라운 것은 아직도 여러 가지 질병에 약으로 쓰이고 있다. 마유주는 몽골의 음식으로 술 이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양의학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는 병이 나면 휴식을 취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기다리는 자연요법을 제창했다. 그러나 술을 마시라는 얘기는 없었다. 아시아 전통으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막걸리와 몽골 마유주가 건강음료로 계속 남을 수 있는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나는 그 효능이 계속 인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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