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가 알린 BRCA 변이 유방암, PARP저해제 치료 '주목'

"전이성 유방암 부터 고위험 조기 유방암까지 치료 폭 넓혀"

올해 10월 이탈리아 밀라노 산 바빌라 광장에 유방을 절제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벽화가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졸리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 BRCA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어 지난 2013년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BRCA변이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5~10%에서 발견되지만, BRCA1 변이가 있을 시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은 평균 65%, BRCA2 변이가 있는 경우 45%에 달한다.  

졸리의 사례로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는 BRCA 변이가 널리 알려졌지만, 치료 선택지에는 오랜 기간 미충족 수요가 높았다. HER2 수용체 음성 유방암은 오랜 시간 동안 표적 치료 선택지가 부족했으며, 특히 HER2 수용체뿐만 아니라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까지 모두 음성을 나타내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다. 뿐만 아니라 난소암 환자에서는 적극적으로 시행되는 BRCA 진단이 유방암 환자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아, 치료의 문을 더욱 좁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다른 유형의 유방암 대비 예후가 나쁘며, 항암화학요법과 면역치료제를 적용함에도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라 표적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사회 진출이 활발하고 가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40~50대의 젊은 환자가 많고, BRCA1 변이가 있을 경우 삼중음성 유방암의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다. 

이 가운데, BRCA변이를 바이오마커로 하는 PARP저해제가 유방암 치료 영역에도 진입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삼중음성유방암과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 표적치료 옵션으로 등장했다.

린파자는 처음으로 유방암 치료 영역에 등장한 PARP저해제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BRCA 1/2 돌연변이가 있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 및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BRCA 변이 진단을 기초로 한 환자 맞춤 정밀 의료의 가치를 제시했다. 린파자는 OlympiAD 연구를 통해 gBRCA 1/2  변이가 있는 호르몬 수용체 음성/HER2 음성 및 삼중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2% 감소시켰으며, 59.9%의 약물 반응률을 나타내 28.8%의 항암화학요법군 대비 2배 이상 높였다. 

치료의 발전과 함께 BRCA 변이 유방암의 진단 접근성도 높아지고 있다. 2021년부터 삼중음성유방암이 진단된 만 60세 이하의 유방암 환자의 경우 BRCA 진단 검사에 요양급여가 인정되어, 유방암 혹은 난소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 40세 이하에 진단, 양측성 유방암 등의 고위험 환자일 경우 적극적인 BRCA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환자의 경우 BRCA 검사가 보험 급여가 되지 않는 환자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조기 유방암의 치료에 있어 수술 후 보조요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BRCA변이 유방암 환자의 보조요법을 위한 표적치료제 또한 제한적이었다. 린파자는 전이성 유방암뿐만 아니라 BRCA 1/2 변이가 있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혹은 삼중음성 유방암의 조기 치료를 위한 보조요법으로서 가능성도 나타냈다.

2021년 ASCO에서 발표된 OlympiA 3상 연구에서 린파자는 국소치료 및 선행보조 또는 보조 화학요법을 완료한 BRCA 1/2 변이가 있는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써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 개선을 보였다. 3년 시점에서 침습적 유방암 재발이 없는 환자 비중은 린파자 보조요법군에서 85.9%로 나타났다. 올해 9월 Annals of Oncology에 발표된 OlympiA 3상 연구의 전체 생존율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3.5년 추적기간 동안 린파자는 위약군 대비 사망 위험을 32% 감소시켰으며, 4년 생존율은 린파자군에서 89.8%, 위약군에서 86.4%로 나타났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OlympiA 3상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재발 위험이 높은 BRCA 1/2변이가 있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및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전 항암화학요법 혹은 수술 보조 항암요법 이후 1년간 린파자 보조요법을 시행하도록 신속히 진료지침을 개정했다. 최신 NCCN 가이드라인 또한 동일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린파자의 사용을 권고했다(preferred regimens).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교수는 "PARP저해제를 포함한 다양한 약제들이 BRCA 1/2 돌연변이가 있는 그간 소외된 유형의 유방암을 표적으로 하여 연구 및 개발되고 있어 향후 선택할 수 있는 치료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린파자는 전이성 유방암 뿐 아니라 조기 고위험 유방암에서 재발 억제 효과를 확인하여, BRCA 1/2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군에 유효한 표적치료제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약제 접근성 향상과 함께 BRCA 1/2변이 진단에 대한 접근성 또한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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