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약 5개 단체 "의료영리화 정책 즉각 중단하라"

무면허의료 행위에다 만성질환자 건강-안전도 위해 가능성 농후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가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측에 "의료영리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의료영리화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월 복지부는 만성질환자의 일상 속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에 따르면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유지와 질병예방 및 악화방지를 위해 제공되는 상담, 교육, 훈련, 실천 프로그램 등으로, 이는 의료행위와 필요적으로 연계돼 있다. 즉 의료와 비의료라는 영역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 정의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비의료인에 의한 무면허의료행위가 난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에 의약품 정보제공 서비스 행위에 있어 이용자가 성분‧효능효과‧부작용(허가사항)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약품의 이름‧조제일자‧수량‧복약시간 등을 앱에 입력해 알람 등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는 명백히 약사들의 전문성에 기반해 이뤄지는 복약지도의 영역으로, 이를 비보건의료인에게 허용한다는 것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해치는 심각한 위해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인의 판단·지도·감독·의뢰 범위 내 보조적 서비스라고 설명하지만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까지 포함돼 있어 무면허의료행위는 물론 만성질환자의 건강과 안전에도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단체는 "가장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는 개인의료정보를 해킹 등에 취약한 전자적 형태로, 임상의료정보의 생산과 관리의 주체인 의료기관을 패싱했다"며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제공하겠다는 보험업법 개정에 있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결여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비의료인이 만성질환자에게 환자건강관리 및 교육·상담을 지원하는 1군 만성질환관리형 건강관리서비스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2군(생활습관개선형), 3군(건강정보제공형)의 건강관리서비스 역시 비의료인이나 비의료기관에서 무면허의료행위가 제공돼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보건당국에서 철저한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며, 환자의 의약품의 성분, 효능·효과, 부작용 등에 관한 정보 제공행위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 1.2.3군에 대한 인증제를 폐지하고 △무면허의료행위 등 허용범위를 벗어난 의료서비스 제공 △의료인이나 의료행위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 △의료기관에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환자유인행위 등 수많은 불법 소지가 난무하고 있는 '건강관리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 기준을 엄격히 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들 단체는 비대면 진료, 조제약 배송 플렛폼 등 디지털헬스케어 활성화를 명분으로 보건의료서비스의 왜곡과 상업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향후 전문가와 함께 객관적인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것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향후 국회 및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경우 사전에 반드시 의약계 전문가단체와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야한다"며 "국가의 보건의료정책에 공급자인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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