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의학이나 한의학에서는 약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특히 침과 뜸이 통증치료와 예방에 많이 쓰여 왔다. 한때는 체질침(體質鍼)이라 해서 사상(四象) 또는 팔상(八象)체질을 구분하고 침과 뜸을 시술해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미 작고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였던 이명복 박사는 그의 유명한 침술 때문에 한때 침을 맞고자 하는 인사들이 해부학 실습실 앞을 메울 정도였다. 나도 몸이 좋지 않아 이 박사의 침술치료를 받고 효험을 본 일이 있다.
침구학을 집대성해서 책으로 만든 분도 있다. 바로 이수호 박사다. 그는 침구학뿐만 아니라 영어에도 능통해서 우리나라 영어방송인 AFKN에도 자주 나왔다. 군사정부 2인자였던 김종필 씨가 안면신경마비로 당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였던 이수호 박사의 진료를 받고 회복된 일이 있다.
우리나라 한의학이나 침구술은 국내에서만 인기가 있었을 뿐 해외에는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보다 넓은 세계에서 활약하고자 이수호 박사는 미국행을 선택했다. 김종필 씨의 주선으로 뉴욕에 이주해서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다.
내가 뉴욕에 갔을 때 이수호 박사가 내가 묵고 있는 쉐라톤호텔로 찾아왔다. 그는 나를 집으로 초대했고 맨하튼에서 성업 중이던 중국요리점 대려도에서 한국식 중국요리도 맛보게 해줬다. 그는 충청도 사람으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전신인 동양의학대학을 나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봉직하면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을 다녔다. 그 후 의사가 되고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전통의학이나 침구술과 현대의학은 많이 달랐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고 하는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는 내가 환갑을 맞자 두둑한 축의금까지 보내왔다. 새해가 되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연하장을 보낸다. 아마 새해에도 그가 보내는 연하장이 오리라 믿는다.
세상에 태어나 한 가지 일에 집중해 그것을 세계적으로 널리 퍼뜨리고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사람이 이수호 박사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그는 뉴욕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침구술을 베풀고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이 세상에서 훌륭한 인연을 맺고 인간관계를 기릴 수 있는 사람도 이수호 박사다. 부디 건강에 유의하고 장수하면서 훌륭한 침구술을 마음껏 펼쳐서 세계인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
끝으로 좋은 인연을 맺고 오랫동안 마음속의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이수호 박사의 행운과 만수무강을 빈다. 나는 이수호 박사를 좋아하고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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