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에서 존경받는 한경직 목사와 경동교회 강원룡 목사를 만나 뵌 적이 있다. 특히 강원룡 목사는 '크리스천 아카데미'에서 여러 번 뵈었다. 참 훌륭한 분이었다.
무교회주의자로 유명한 함석헌 선생은 기독교인이지만 폭넓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늘 노자와 장자의 도교사상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김동길 교수도 내가 만나 뵌 분 중에서 존경할 만한 분이었다.
이분들 모두 사회적으로 유명한 분들이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존경하는 분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다. 바로 장기려(張起呂) 선생님이다. 일제 강점기에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평양에 돌아가 도립병원에서 인술을 베풀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신 분이다.
1.4후퇴 때는 한국군 병원이 철수함에 따라 남쪽으로 건너오셨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봉직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왔다. 유명한 얘기지만 이병철 씨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 이때 장기려 선생님이 아들(장가용 박사)의 등록금만 내주면 된다고 한 일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질서정연하고 평안한 곳 같았지만 파벌이 많았고 교수들 사이에도 알력이 있었다.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장 선생님은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하면서 이미 작고한 채규철 선생이 주도했던 청십자 운동에 참여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봤다.
입원비가 없는 환자에게 밤에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망가라고 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간호사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많았다. 그들이 결혼할 때면 부모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인간적인 분이셨다.
불교계에서 신화같이 받들고 있는 성철 스님은 신도의 포교에서는 매우 훌륭했지만 대인접촉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톨릭 교계에서 추앙받는 김수환 추기경도 만난 적이 있다. 존경할 만한 분이었다.
농촌보건사업을 이끌고 전라북도 옥구에서 농촌위생연구소와 간호학교 그리고 병원을 운영하셨던 이영춘 박사와 그 후계자 김경식 박사도 참으로 훌륭한 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90평생 살아오면서 나에게 가장 존경하고 숭배하는 분을 꼽으라면 역시 장기려 박사가 첫 번째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인연을 맺고 만나고 가르침을 받았던 훌륭하고도 존경하고 숭배하는 분이다. 살아생전에 이런 분과 인연을 가진 것을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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