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재점화

[데스크칼럼]

내달 정기국회를 앞두고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가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간호법 저지를 위해 한 자리에 섰다. 이들 13개 단체는 지난 23일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연대' 출범식을 개최하고 간호법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간호법은 국내 보건의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법 제정 대신 보건의료직역 간 업무와 역할 정립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직역 간 업무침해를 방지하고 각 직역의 보건의료인들이 고유 업무에 전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이날 "간호법은 간호사 외 타 보건의료인에 대한 존중이 결여돼 있다"며 "간호법이 아닌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으로 간호사를 비롯한 전체 보건의료인력 처우 개선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는 9월 정기국회 간호법 재상정 시, 보건의료연대 13개단체 400만회원은 총궐기도 불사하는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날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민운동본부)도 보건의료연대 주장에 반박하는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성명서에서 간호법에 따른 간호사의 독자적 진료는 불가능하다는 것과 간호법 제정 시 타 보건의료직역 업무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보건의료연대가 일방적인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간호법 내 간호사 업무 범위는 의료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했다"며 "독자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우려나 타 보건의료직역을 침해한다는 것은 억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간호법 제정 목적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법적 책임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지 직역 이익추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초고령사회 만성질환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간호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호법 저지'를 위해 뭉친 보건의료연대는 의사협회, 병원협회 외에 간호조무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방사선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노인복지중앙회, 요양보호사중앙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또 '간호법 제정'을 위해 지난 4월 출범한 범국민운동본부는 간호사협회 외에 보건의료·시민사회·소비자단체 등 986개 단체가 속해 있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전반기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한 간호법이 후반기 법사위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국민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단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등은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도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간호법은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좁혀지지 않는 논쟁도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회 입법에 앞서 의료 직역 간 소통과 서로에 대한 이해다. 의료인의 권익에 앞서 '의료인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는 명제도 잊지 말아야 할 대의적인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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