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백내장 사태' 막으려면

[데스크칼럼]

도수치료, 백내장 치료에 이어 피부과 시술까지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치료가 아님에도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의 과잉진료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실손보험 유무를 먼저 확인하고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시술을 부추기기도 한다. 병원은 환자를 확보하고 환자는 보험으로 치료비를 받을 수 있으니 서로가 이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정말 아무도 피해 보는 이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일단 보험사는 불필요한 치료비 지급으로 인한 손해를 보험료 인상으로 보전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선량한 다수의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또 환자들은 혹시 모를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감수해야만 한다.

최근 백내장 수술을 가장한 노안교정술(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실손보험금 누수의 직접적인 주범으로 떠올랐다. 일부 안과에서 실손보험과 연계해 고가의 인공수정체 삽입술(노안교정술)을 권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다. 지난해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이 백내장 노안교정술은 지속적으로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왔다.

치료비도 많게는 1000만원대를 훌쩍 넘어간다. 백내장 치료로 급여 청구를 할 경우 본인 부담률은 10% 정도면 되고, 보험금 청구 서류는 병원 측에서 담당하기도 한다. 필자도 올해 초 보험심사가 강화되기 전에 빨리 백내장 노안교정술을 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새 백내장 수술 보험급 지급액이 눈에 띄게 폭증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6년 779억원이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이 2020년 6480억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무려 457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은 "백내장과 직접 관련이 적은 다초점 인공수정체수술은 과잉진료"라고 지적하고, 의사들은 "부작용이 큰 수술을 무리해서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올해 초부터 안과병원과 보험사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지난 4월부터 보험사들의 보험금 심사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백내장과 함께 피부과 시술에 대한 실손보험 지급심사도 강화됐다. 대상이 된 피부과 시술은 건조증·아토피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리쥬에이드·키오머3 등이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 시술들이 본래의 치료 목적과 다른 피부미용목적으로 시술되면서 실손 청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2의 백내장' 사태로 지적된다.

실손보험금 지급 절차와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수술 후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정작 보험급여를 받아야 되는 '진짜 환자'들까지 강화된 심사기준에 걸려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수익만을 생각한 의사의 과잉진료와 값싼 시술에 혹한 환자의 이기주의가 불러온 부메랑이다.

이제 보험사는 보다 효율적인 사후관리가 절실해졌다.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은 막아야겠지만, 보험금 지급액 경감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대책도 필수다.

의료계도 각성해야 한다. 치료 목적에 반하는 시술로 환자를 유인하는 과잉진료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마케팅 수법은 결국 건전한 의료시스템을 좀먹는다.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의식전환도 필요하다.

보험사-의료계-환자 모두가 건전한 의료시스템에 기여할 때, 선량한 다수의 환자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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