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햄스터와 코로나인플루엔자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얼마 전 TV를 통해 홍콩에서 햄스터가 사람에게 코로나 인플루엔자를 감염시켰다는 뉴스를 봤다. 그 햄스터는 외국에서 홍콩으로 들어온 애완동물이었다. 

넒은 의미에서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여러 가지 전염병이 서로 오갈 수 있는 소지가 많다. 근래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코로나 인플루엔자도 중국 우한에서 보양식으로 즐기는 뱀이나 쥐, 원숭이 같은 야생동물이 최초 감염원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연구소에서 흘러나왔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있었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교차감염이 가능한 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람에게 치명적이었던 천연두도 동물을 이용해 해결했다. 소에게 옮겨지는 우두를 사람에게 인공적으로 접종시킴으로써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것이 곧 지석영 선생이 주도했던 우두접종 사업이다. 

이제 인수공통전염병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졌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 같은 흔한 애완동물이 있는가 하면 뱀이나 거북이 같은 희귀한 애완동물도 점차 늘고 있다. 이런 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아침저녁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아파트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길고양이들에게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사람들도 많다. 좋게 말하면 동물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 

이와 함께 1~2인 가족이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의 필요성도 더 커졌다. 노인 정신보건을 다루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외로움을 달래주고 노인들의 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하려면 이런 반려동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동물에 대한 이런 변화에도 많은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반려동물이 생겨나면 반려동물과 사람 사이에도 더 많은 전염병이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학을 공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 닥쳐올 전염병은 이런 반려동물을 통해 옮겨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한쪽에서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개념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려면 엄격한 전염병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더 많은 반려동물과 살아가게 되면 그만큼 인수공통전염병도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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