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다발성 캐슬만병' 암은 아니지만 무서운 이유

진단 후 5년 이내 약 35%의 환자 사망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전영우 교수

의료계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캐슬만병'은 림프구가 과잉 증식되면서 림프절 또는 림프조직이 있는 간, 비장 등의 장길르 비대하게 만드는 희귀 혈액 질환이다. 주요 발병 원인은 인터루킨-6의 과발현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매년 6500~7700건이 새로 진단되고 있으며, 이 중 1650여 건이 다발성 캐슬만병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 질환은 진단까지 평균 27.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연구결과 암은 아니지만 악성 종양으로 다발성 캐슬만병 진단 후 2~5년 이내 약 27%가 암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발성 다발성 캐슬만병(iMCD)은 진단 후 5년 이내 약 35%의 환자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치료시기를 놓치면 예후가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다발성 캐슬만의 대표적인 증상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만성 전신피로이다. 그 외에도 야간 발한증, 오한, 발열과 두통, 독감, 체중감소, 관절통증, 전신부종, 피부변화, 신경병증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환자는 내과, 류머티스내과, 신경과 등 평균 2~3개의 진료과목을 거치다 혈액내과에서 진단을 받는다.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전영우 교수는 "혈액내과에서도 병리학과의 의심소견이 있을 시 진단을 고려하게 된다. 보통은 병리학과 검사에서 우선 림프종을 의심하고 림프종이 아닐 시 다발성 캐슬만병을 의심하게 된다"며 "이유는 빈혈, 혈소판 감소증, 저알부민혈증, 염증수치 등의 검사소견은 림프종과 동일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단만 신속하고 정확하게 받는다면 치료과정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있다. 다수의 희귀질환과 달리 2018년도에 국제캐슬만연구회에 의해 1차 표준치료 가이드가 정립되었고, 치료제인 '실반트'는 2018년 2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어 환자의 부담을 덜었다. 특히 치료만 받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일상생활 복귀 등 증상호전의 좋은 예후를 보인다.

실반트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음성 및 제8형 인체헤르페스바이러스(Human Herpes Virus-8: HHV-8) 음성인 MCD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치료제다.

그러나 여전히 다발성 캐슬만병 환자들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전영우 교수는 "너무도 낯선 이 질환에 대해 일반인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다발성 캐슬만병과 같이 희귀질환은 7000여 개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병률이 매우 낮아 진단과 원인분석이 어렵고,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으며 치명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우 적은 환자 수 때문에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사각지대라는 어려움에도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희귀질환은 진단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2019년 질병관리청 발표에 의하면 증상 자각 후 최종진단을 받기까지 약 16.4% 환자가 4개 이상의 병원을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요기간도 1년 미만, 10년 이상이 각각 64.3%, 6.1%를 차지한다. '진단방랑'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어렵게 진단을 받더라도 적은 임상데이터로 제대로 된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까지 치료제가 개발된 희귀질환은 6% 정도뿐이다. 치료제가 있더라도 건강보험급여를 적용 받지 못하면 환자에게는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 건강보험급여는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받을 수 있는데 그 또한 쉽지 않다.

13일 '다발성 캐슬만병'의 인지도 제고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유사 파마 이연재 아시아 대표는 "다발성 캐슬만병을 앓고 있지만 아직도 진단을 받지 못하고 원인 모를 고통 속에 있는 분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세계 캐슬만 병의 날(7월 23일)을 맞아 해당 질환을 알리고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사 파마는 2015년에 생명과학 분야에서 최고의 투자회사인 EW헬스케어 파트너(EW Healthcare Partners)의 펀딩을 받아 영국에서 설립됐다. 현재 희귀질환 치료제 및 항암제를 기반으로 급성장 중으로 2021년에 유사 파마 아시아퍼시픽과 코리아가 한국에 본격 진출했다. 현재 세계적인 희귀질환 제약회사인 이탈리아의 레코르다티와 인수합병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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