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참여한 4개과 70%이상 부정적 "도입은 시기상조"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의사회 등 4개과 공동 설문조사 결과 발표

"비대면 진료 제도에 대해 2500명 이상의 의사회 회원들 절반 이상은 부정적 인식을 가졌다. 이는 회원들이 참여한 신뢰도가 높은 결과로 정부는 이 결과를 참고로 제도의 도입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기를 촉구한다."

코로나19 범유행의 국가 재난 상황에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전화상담 및 처방)가 시행된 가운데, 이를 참여한 의사 대부분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등 대한의사협회와 개원의들의 이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내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소청과의사회가 나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감염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며 점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회 등 4개과 의사회는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태 내과의사회장은 "비대면 진료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4개과 의사회장이 모여 이 설문조사를 가지고 토론을 했다"며 "우리의 원칙적 입장은 비대면 진료 도입은 반대이다"고 확고히 말했다. 

이어 "올해 의협 대의원회 총회에서 '원격의료 반대'에서 '집행부에 위임한다'라는 입장변화가 있었지만, 이것이 비대면 진료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니다"며 "코로나19상황에서 전화상담은 오진 등 위험 요소를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고 해서 가능했던 것으로 제도 전면 도입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역시 "비대면 진료를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비대면 진료 도입은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개 전문과목은 2022년 6월 14일부터 6월 28일까지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모바일 응답을 통해 이뤄졌고 총 2588명이 참여했다.

응답자 대부분 부정적, 오진·진료 개념 파괴 등 이유 

그 결과 72%의 응답자가 비대면진료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의사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인식이 악화했다는 게 의사회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내과의사회가 1079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부정적인 답변은 60%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회원의 72.7%는 전화상담에 참여한 바 있고 이중 처방전까지 발행한 비중은 82.8%에 달했다. 하지만 대면진료와 비교해 충분한 진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 회원은 7.9%에 불과했다.

특히 비대면진료가 감염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54.4%로 우세했다. 진료의 기본 개념 파괴 우려로 절대 안 된다는 반응은 18%였다.

비대면진료 시 우려되는 점으로는 △환자를 충분히 진찰하지 못해 오진 위험이 있다는 반응이 94% △비대면진료 전문의원 출현 69% △비대면진료 관련 플랫폼 난립 66%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심화 59% 등을 꼽았다. 의사회들은 각각의 우려사항에 대한 응답비율 역시 지난해 설문조사보다 증가한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 도입 후 허용 가능한 진료범위와 관련해선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77.9%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도서벽지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62.4%,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51%를 차지했다. 전면적인 도입보단 한시적·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황찬호 이비인후과의사회장은 "진료는 환자와 의사와 만남이 최우선이다. 만나지 않고는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안전성과 효과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비대면 진료는 국민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기존 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 개념인데 관련 제도를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아무리 증상이 가벼운 환자라도 사실 심각한 질병일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 범유행 상황에 비대면 진료의 통계를 통해 분석한 '미국의학협회지'에도 실렸다. 불충분한 진찰은 오진 위험을 높이고 그 때문에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만약 산업적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가 정착된다면 비대면 진료 전문의료기관이 생겨나고 관련 플랫폼 간 경쟁과 불필요한 의료수요가 증가하여 의료영리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 우려했다.

주목할만 점은 응답자의 90%가 비대면진료를 재진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 역시 지난해 설문조사보다 악화한 내용이다. 지난해 조사에선 초·재진 상관없이 처방전 발행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70%였던 반면 이번 조사에선 50%로 감소했다.

비대면진료 주체가 1차 의료기관이여야 한다는 의견도 90%에 달했다. 제한 없이 이뤄져도 된다는 의견은 7.8%에 그쳤다. 무분별한 허용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우려한 탓이다.

비대면진료 및 건강상담, 의약품 배송에 대해서도 87.5%가 부정적이었다. 이중 79%는 연계된 전문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을 경계했다.

플랫폼 간의 경쟁 심화로 업체들이 환자건강보다 이익창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77%에 달했다. 비대면진료를 초진으로 허용할 시 국민건강에 큰 위해를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70%였다. 불충분한 진찰, 의료쇼핑, 약물 남용 등의 우려 때문이다.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 구축 문제도 담겼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57%는 이 사실을 모으고 있었고 66%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모바일 기기로 처방전을 전달하는 것은 대체 조체를 활성화할 위험이 있고 복약지도를 부실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는 성분명 처방,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방전 재사용 등으로 이어져, 의약분업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이후 적극 참여하겠다는 회원은 9%에 불과했고 21%는 현재의 대면진료만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또 42%의 응답자가 비대면진료는 의료취약지 등 특수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의료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원격의료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26%로 집계됐다.

박근태 내과의사회장은 "이번 결과는 2021년 10월 1,079명의 대한내과의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 회원이 원격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수개월간 비대면 재택치료를 했음에도 인식이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도화 전 시범사업부터,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우선 

이들 4개과 회장들은 비대면진료 전면 제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만에 하나 시행하더라도 특정지역에 국한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박근태 회장은 "만약 그럼에도 정말로 제도화를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의료인프라 낮은 지역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이 먼저다"며 "또한 1차의료기관 중심으로 반드시 재진환자에서만 해야한다는 입장이다"며 "원칙적으로 환자는 의사를 만나야 한다. 대면 진료 없이 정확한 초진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강태경 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비대면 진료 부분 시행하는 나라들은 장거리기관에서는 이뤄지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는 저수가가 기본인데, 비대면 진료까지하면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고려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너무 급속도로 전면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찬호 이비인후과의사회 회장도 "기업들이 이윤추구만 하다보니 진료에 대한 기본이해가 전혀없다. 플랫폼 업체들이 의료시장에 들어오고 싶다면 환자관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정말 하고 싶다면 본인들 스스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은 의사들을 너무 무시한 채 전면 제도화로 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역시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비대면 진료 인프라가 더 좋고 장비도 압도적인데, 미국 제1원격의료 회사가 코로나 대유행시기에 비해 주가가 하락했다"며 "미국도 그렇게 인기가 없는데, 우리나라는 유용성이 더욱 없다"고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오늘 나온 4개과 의사회 회원들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통해 비대면진료를 누구보다 많이 겪었고 그에 대한 실체와 폐해를 알고 있다"며 "그 때문에 70%가 부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인데, 이것을 알고도 우리들과 반대하는 쪽으로 간다면 좌시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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