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처럼 다가올 식량 위기

[기자수첩]

국제 밀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폭등했고 장바구니 물가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지난 3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두 달 연속 소폭 하락했지만, 곡물과 육류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농가에는 옥수수 등 곡물이 쌓여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4억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 대국이다. 전쟁으로 인해 식량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올해 밀 생산량이 35%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건 당연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식량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는 국제적인 물류 공급망을 뒤흔들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많은 항구를 봉쇄되는 바람에 곡물을 생산해도 필요한 곳으로 보내기가 힘들어졌다.

기후변화도 원인 중 하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는 세계 10대 밀 생산국 중 7개국에서 생산량 감소가 예측됐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중국은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 피해를, 인도는 최근 120년 만의 폭염 피해를 입었다. 서유럽 최대의 농업국가인 프랑스가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프랑스도 이상고온으로 작황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식량기구는 굶주린 사람의 수가 3억명을 돌파했고, 그 수는 지금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세계는 전례 없는 재난을 마주하고 있다. 국제적인 분쟁과 기후변화,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자연재해와 인재가 겹친 지금의 식량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선진국 중에서 농업 강국들이 많다.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강한 농업을 육성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2.5%에 그치는 세계 5대 식량수입국으로 식량위기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농업계는 안보적 차원에서 식량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주요 식량작물 공공비축 확대와 주요 곡물에 대한 안정적 생산과 판로보장에 대한 대책, 그리고 이를 위한 예산편성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농업은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퍼펙트 스톰처럼 앞으로 닥칠 지속적인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농업의 가치를 되새기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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