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격차 심각…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필수 과제

[창간56주년 기획2 / 코로나3년, 다시 뛰는 바이오헬스] 미룰수 없는 공공의료 강화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 

'공공임상교수' 지방의사 공백 해소 기대 
"전공의 공동수련제도도 활성화해야"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1942년 공적 재정에 의한 의료 서비스라는 의미로 영국의사회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의료를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는 개념이 포함돼 됐다.

공공의료를 공적인 재정으로 공급되는 의료(Publicly Funded Medical Care)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운영하는 전국민 단일보험에 의해 재정이 관리되기 때문에 한국의 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소유 주체가 공공이냐 민간이냐로 공공의료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과 기능에 의해 공공의료를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1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이후 개정에 의하여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정책방향 하에 개념과 범위가 재정립돼 왔다.

공공보건의료법은 공공보건의료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해 국민에게 양질의 공공보건의료를 효과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개정법에서 정의하는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이와 같이 한국에는 공공보건의료법이라는 법체계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국가 주도의 단일의료보험에 의한 공공성이 기본적인 속성으로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공공보건의료는 여전히 취약지, 취약계층, 시장실패 등 잔여적 접근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편적인 의료 이용의 보장이 아니라 미충족된 분야를 보완하는 수준의 기능만으로는 현재의 의료 공급체계 문제와 급증하는 의료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실제로 도시와 농촌·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지역별 의료 접근성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필수의료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의료서비스를 통해서 대응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이렇게 공공의료의 기반이 취약한 이유는 민간의료기관 위주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만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필수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에 의료자원이 집중돼 있어 지역간 의료접근성과 건강수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 따라서 공공의료서비스를 확충해 취약지역을 중점적으로 하여 지역사회에 국민들에게 보편적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비교해본다면, 지역 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인구 천 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의 수를 시도별로 분류하면, 2019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는 3.0명이지만 서울시는 4.4명, 부산과 대구는 3.4명이었고, 경상북도는 2.1명으로 지역 간 차이가 2배까지 벌어진다.

응급, 외상, 심뇌혈관 등 생명과 밀접한 필수 중증 의료 분야에서 지역별 건강 수준 격차가 상당히 나타나고 있으며, 이송체계 또한 비수도권 지역에선 미흡한 상황이다. 2016년 기준으로 10만명당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서울은 28.3명인데 반해 경남은 45.3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에 양질의 의료 자원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간 의료이용 불균형이 상당히 존재하는 것이다.

의료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국 각지에 있는 의사들의 적절한 수와 적절한 분배를 필요로 한다. 한 지역의 의사 집중과 다른 지역의 의사 부족은 긴 이동이나 대기 시간 같은 의료서비스 접근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의료자원의 배치를 강제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의료 접근성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공의료를 강화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최근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시도지사협의회 등 지역의료의 공공성에 책임을 갖고 있는 주체들이 많은 논의를 통해 공공임상교수제도 방안을 마련했다. 공공임상교수제도는 의료 인력의 지역간 분배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대학병원 소속의 의사가 지방의료원 등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에 순환적 형태로 근무하는 제도로 의료의 수준을 높이면서 지역의사 인력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와 더불어 국립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간에 전공의 공동수련제도를 보다 발전적으로 활성화하여 운영한다면 국립대학병원의 교수와 전공의가 지역에 배치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인력난 해소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고 지역간 의료격차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공의료의 강화를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지역 간 의료 격차는 심각할 뿐 아니라 계속적으로 심화되는 진행형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으며,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실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공공의료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생명, 건강, 그리고 삶의 질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에 대해서 선제적이고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기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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