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해외여행 감염병 이야기(1)

해외여행 감염병 이야기를 시작하며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 시행 후 내국인 출국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이후 2000년 500만 명, 2005년 1000만 명, 2016년 2000만 명을 넘어 2019년 2871만 명까지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전세계 팬데믹을 겪으면서 2021년에는 122만명으로 급감하였다.

최근 들어 전세계 코로나19 유행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코로나19로 닫혔던 하늘 길이 속속 열리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꿈틀대는 가운데 코로나19로 2년 넘게 억눌려온 여행 욕구가 '보복적 해외여행'으로 분출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여행객의 증가는 결국 해외 유입 감염병의 유입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 감염내과 전문의

질병관리청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2009년 148건이 확인되었던 해외유입 감염병 환자수가 2012년에는 355명으로 증가하였고 2019년에는 755명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2019년 해외 유입 감염병을 살펴보면 뎅기열(36%)과 세균성이질(14%)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고 이어 홍역(11%), 말라리아(10%), 장티푸스(6%) 등이 뒤를 이었다. 유입 국가는 필리핀·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86%에 달했고 아프리카 지역도 10% 정도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내국인 해외여행자는 급감했지만 해외유입 감염병 환자수는 5495명으로 급증했는데 대부분 코로나19 환자였고 코로나19를 제외하면 116명으로 전년 대비 84.6% 감소된 수치를 보였다.

2022년 올해는 코로나19와 공존하면서 내국인 해외여행이 어느 정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이외의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 수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해외여행클리닉으로부터 자료를 등록하는 다기관 네트워크인 GeoSentinel 네트워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도까지 5년간 등록된 4만 2173명의 해외여행 관련 환자 중 34%가 위장관질환, 23.3%가 발열질환, 19.5%가 피부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다고 하며, 여행지역별로는 아시아가 32.6%,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이 26.7%의 여행 관련 질환이 발생하여 해외여행 관련 감염병의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에 속했다.

아울러 신종 감염병과 풍토병의 양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WHO에 의해 '팬데믹'이 선언되었던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코로나19를 비롯하여 WHO에 의해 '에피데믹'이 선언되었던 2003년 사스(SARS),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 2015년 메르스(MERS), 2016년 지카바이러스 유행 등을 비추어 보면 미래에 언제 어떤 병원체에 의한 신종감염병이 등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아직 팬데믹조차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는 지역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팬데믹와 에피데믹과 소강상태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며 우리 곁에 오랜 기간 남아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WHO 감염병 경보 단계에 속하는 팬데믹이나 에피데믹은 아니지만 '엔데믹'(Endemic)이라는 유행상태가 여행지마다 상존한다. 엔데믹은 특정 지역에서 재생산지수 1정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에 의한 유행 양상을 지칭하며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 뎅기열이 엔데믹 형태의 유행을 나타내는 대표적 질환이다. 이러한 풍토병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감염병이지만 여행 전 대비를 안 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해외여행은 여행 목적, 체류기간, 방문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고 그에 따른 여행 준비도 달라진다. 특히 원하는 목적을 이루고 잘 다녀오기 위해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여행지에서의 감염병과 교통사고다.

그런데 해외여행 감염병에 대한 예방 및 관리를 담당하는 해외여행(여행의학)클리닉이 국내에는 잘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실제로 황열 접종이 입국에 필수인 나라 방문 전 황열 접종을 하거나 말라리아 유행지 방문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준비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해외여행 시 감염병 관련 대비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앞으로 연속된 칼럼을 통해서 여행 의학의 최신 지견과 아울러 해외여행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해외여행 감염병 예방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 감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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