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좋은 탈모약 랭킹?… "상태에 따른 맞춤치료가 최선"

[보건포럼]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

하루 60-70명의 환자를 진료하지만 외래예약을 하고 일년을 기다렸다고 하소연하시는 초진환자들을 뵐 때마다 너무나 죄송스럽다. 다른 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탈모 임에도 왜 굳이 필자의 진료를 받기위해 그렇게 오래 기다리실까 생각도 해보고 좀 더 성실히 진료하기 위해 노력한다. 탈모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은 물론 환자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방송이나 시민강좌 등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강조하는 부분은 탈모에는 크게 "가늘어지는 탈모"와 "빠지는 탈모" 두 가지가 있으며, 우리가 흔히 대머리라고 얘기하는 안드로겐 탈모는 가늘어지는 형태의 탈모로 가늘어진 모발을 굵게 만드는 것이 탈모의 치료라는 메세지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어떤 형태의 탈모인지를 확인하고 환자의 성별, 나이, 직업, 환경 등을 고려해서 가장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이 환자의 모발을 한 번 만져보지도 않고 기계적인 처방만 하는 일부의 의료인들에 대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남성 탈모 치료와 관련한 23개 기존 연구를 비교 평가한 메타연구를 통해 "남성 탈모치료제 베스트5"가 발표됐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피부과학에 발표된 캐나다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국내 언론에서도 보도된 내용으로, 남성형 탈모치료제 치료 효과를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필자는 이 논문이 나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임상적으로 전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서 신경도 안 쓰는 상황이었는데, 몇몇 국내 언론에서 이 내용을 보도하는 것을 보고 자칫 이 논문의 결과만을 본 환자들이 특정 치료제가 더 뛰어나다고 오인할 소지가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을 명확히 짚어 보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미녹시딜 등을 비교해 순위를 매겼는데, 이 논문의 연구팀은 실제 진료나 임상시험의 결과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논문들로 만들어 낸 메타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이다. 다시 말해 실제상황이 아닌 책으로만 공부해서 나온 지식이라는 것이다.

메타 분석은 연구 대상의 특성, 사례 수, 측정 방법 등 개별 연구들 간에 존재하는 여러 차이들은 고려하지 않아서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본 논문에서도 각 치료제의 개별 비교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없기 때문에 이들 간 치료 효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치료 현장에서는 환자마다 약물 반응과 상황이 달라서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또 하나는 본 논문이 모든 약제에서 충분한 치료기간을 관찰한 결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탈모치료제는 치료를 하는 동안에만 좋아지므로 심하게 말하자면 평생동안 치료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치료효과에 대해서는 모든 약제들에 대해 다 밝히지도 않았고, 단기간 효과가 좀 더 낫다고 해서 그 약이 나에게 가장 좋은 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부작용 발생과 약제를 중단한 후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에도 약제 간의 차이도 있으며 국가별 허가사항의 차이도 있어서 이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환자의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탈모의 정도 등을 보고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가장 나은 방법들을 추천하는 것이다.

탈모는 특히 온라인 상에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들이 넘쳐나는 질환 중 하나다. 탈모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고민하고 불안해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것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멀쩡하게 잘 치료되던 방법들을 갑자기 바꾸거나 끊는 등은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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