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국산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 등 사용률 제고에 앞장"

인터뷰/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국산의료기기의 내수 시장이 작고 대학병원에서는 국산의료기기 사용률이 너무 적다. 이는 결국 해외 수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올해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 현실에 대해 이 같이 분석했다. 유철욱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주요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유 회장은 "지난해 다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소통이 부족하다보니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힘을 받기가 힘들었다"며 "회원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오해가 발생하거나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기 사후관리 방안 마련, 체외진단의료기기 제도 개선 활동, 협회 직원 역량 강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스스로도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비효율적 유통문제 관련 법 규정 시급

특히 유 회장은 지난 1년여간 국산의료기기 산업 현실을 더욱 체감했다며, 이를 위한 원인 분석과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의료기기 관련 법령이나 규정이 제대로 안돼 있으니 비효율적인 유통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임기 시작 당시 강력히 내걸었던 '의료기기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공급내역보고 제도 관련 개선 방안 마련, 간납사 공급보고업무 전가행위 금지 등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의했지만 여전히 실질적 개선은 더딘 상황"이라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의약분업 당시 의료기기 시장은 작고 관심이 적어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며 "그 결과 현재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유통 관리에 대한 명확한 시스템이 없이 병원과 공급사 사이에 병원 업무를 대행하는 간납사가 주축이 되고 통행세식으로 마진을 챙기거나 제품을 출하해도 돈을 받지 못하는 등의 횡포를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의약품은 약사법 아래 돈을 제대로 받고 있지만 의료기기는 담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번 진단키트 경우에도 의료기기 판매업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유통 기회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간납사 견제 위한 '의료기기 유통전문 대리점' 제도화 필요

국산의료기기 사용률 저조에 대해 유 회장은 또 제조 업체들의 미약한 판촉행위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 80%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대리점에 맡기고 있는데, 비전문적인 대리점 직원이 영업을 하다 보니 좋은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병원이 선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리점은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의사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성, 안전성, 사후관리에 대한 설명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국산 의료기기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병원과 대리점을 특정한 간납업체가 더욱더 밀접한 연관성을 갖춰가고, 이에 영세한 공급자들은 병원과의 직거래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결국 경쟁력을 상실함에 따라 불합리한 조건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유 회장은 의료기기 내수시장 활성화와 대리점의 유통 거품 제거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유통안전관리가 가능한 대형 유통전문대리점 육성을 꼽았다.

그는 "여기서 협회는 대형 유통전문대리점 관련 교육을 담당해 전문성을 높이고, 공급사와 대리점이 단체 협약 등을 통해 상한율을 설정하면서 유통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치료재료는 대부분이 급여품목이지만 관리료가 없어 병원이나 대리점 측에서 급여보다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에 따라 공급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는 의료기기 급여품목 실거래가 5%를 관리료로 산정해 병원에 급여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방침이다.

임기 내 유통구조 반드시 개선, 뿌리 뽑을 것

이날 간담회에서 유 회장은 유통구조 개선에 강한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간납사 문제에 대해서는 "특수관계인 거래, 대금결제기한 미준수, 공급내역 보고 의무 전가 등 간납사 불공정행위가 빈번해 이를 금지하고 관리하는 법 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유통구조위원회를 통해 건의서를 제출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개선의견을 피력하고, 불공정행위 개선을 위한 근거지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기 유통질서를 확립해가겠다"며 "법적인 부분은 국회와 정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간납사와 관련 뿌리를 뽑겠다고 말한 만큼 올해는 답이 나올 것으로 본다. 협회에서 마련한 유통구조 개선안 보고서가 최종 검토를 마친 만큼 이제는 어떻게 활동하냐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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