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코로나 인플루엔자 위중증 환자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전염병은 치사율이 높은 것이 있는 반면 감염률이 높아도 증세가 심하지 않아 입원하지 않고 자가 치료로 끝나는 것도 있다. 따라서 전염병 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치사율이다. 세계적인 유행을 가져왔던 전염병을 되돌아보면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경우가 많았다.

흑사병은 쥐의 병이다. 그러나 이 병이 사람에게 옮겨져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공기감염의 시기에 이르면서 50~70%의 치사율을 기록했다. 결국 중세 유럽을 휩쓴 두 번의 흑사병 유행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됐다.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둘러싼 대항해시대에 무서운 전염병은 콜레라였다. 물을 통해서 전염되는데 코로나 인플루엔자처럼 쉽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한 번 걸리면 토사곽란을 일으키고 대부분의 사람이 탈수증으로 죽었다.

우리나라도 순조 때 이 전염병이 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또다시 일본으로 옮겨졌다. 전염력이 독감같이 강하진 않지만 소화기를 통해 전염돼 전 세계적인 희생자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개화기 역사는 콜레라와 함께 했다. 박경리 원작 '토지'에서 보듯 약삭빠른 조준구는 음식을 끓여 먹으면 콜레라에 걸리지 않는다는 신지식을 받아들여 살아남았고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초기 토지의 주인공이었던 최참판댁 마님 윤씨 부인도 이 병으로 죽었다.

이제는 공기전염이 가능한 독감과 코로나 인플루엔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치사율이 그렇게 높은 병은 아니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까지 합쳐도 감염자 100명 중 1명 이상 죽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인플루엔자 때문에 인구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근래 뉴스를 보면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증상이 심한 위중증 환자가 병상이 부족해서 재택치료를 받는다. 불행하게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로 위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병상 수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위중증 환자 수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최근에는 먹는 치료약이 개발됐고, 한번 맞으면 5~10년씩 효력이 유지되는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 도입은 적어도 2∼3개월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이라도 방역관리를 엄격히 시행해서 일상생활과 병행해 나가야겠다. 엄격한 방역관리로 위중증 환자가 줄어들기 바란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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