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CRO업체 몸값 급등… 글로벌 경쟁력 키워야

[2022 신년기획2/ 백신·치료제 주권 확보 나선 'K-바이오' ] 날개 단 국내 CRO 시장

외국계 선점 속 국내업체 약진
2014~2018년까지 연평균 11.5% 성장
국내사 글로벌 점유율은 1.2% 불과
국가적 차원 정책지원·보완 필요

전 세계 제약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뛰어들면서 CRO 산업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몇 년동안 코로나가 몰고 온 글로벌 CRO 시장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란 신약 개발비용 절감을 위해 제약회사가 임상시험 진행 설계, 컨설팅, 데이터 관리, 허가 업무 등을 아웃소싱하는 전문기관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시험, 1~3상의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평균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그 기간 또한 수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신약개발 과정은 효율적이고 신속한 업무 진행을 위해 전문 CRO에게 임상시험 아웃소싱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 개발이 늘면서 CRO들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CRO 업체가 선점했던 국내 CRO 시장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국내 CRO 업체들이 약진하며 4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CRO 시장 규모는 2018년 4551억원에서 2024년 656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1.5%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설립 CRO 업체는 총 65곳이다. 외국계 CRO 업체가 20곳이고 국내 CRO 업체는 45곳으로 집계된다. 매출 현황을 보면 2014년 전체 외국계 CRO업체의 연간 매출은 1917억원, 국내 CRO 업체는 1023억원이지만, 2019년에는 외국계 CRO업체 2653억원, 국내 CRO업체 2584억원으로 격차가 줄었다.

국내 CRO 연간 매출 현황 (출처: KoNECT, 임상시험 산업 실태조사)

국내 CRO 시장의 성장배경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꼽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 연평균 증가율은 15.7%로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10.5%)보다 높다. 또 의약품 제조 고도화로 합성의약품 보다 생산이 어려운 바이오 의약품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의약품의 양적·질적 성장은 국내 CRO 기업들에게 노하우 축적과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국내 CRO는 해외 대형 제약사의 글로벌 임상시험 수주, 신남방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을 통해 서비스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2%, 국내 CRO업계는 3.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CRO 시장규모는 2019년 현재 408억달러 규모이며 2018년부터 연평균 7.5%씩 성장해 2023년에는 555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의 해외진출을 고려해 여전히 외국계 CRO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 CRO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여전히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00년 이후 글로벌 CRO의 아시아와 한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데다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의 해외진출을 고려해 외국계 CRO를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계 CRO를 이용할 경우 국내 CRO 대비 높은 비용부담, 신약 기술과 데이터 유출, R&D 노하우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에서는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제약산업과 CRO 산업은 성장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기준을 만족시키는 국내 CRO들이 생겨났지만 해외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여전히 외국계 CRO를 더 선호하고 있다. 중요한 임상시험에서 국내 CRO 업계가 지속적으로 배제되면 신약개발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고 우리나라 전체 신약개발 경쟁력도 저하된다. 따라서 국내 CRO 업계 성장을 위해 제약산업 관련법에 CRO 산업 명문화, 통계청의 CRO 산업분류 제정, 정부 자금으로 신약개발시 국내 토종 CRO 사용 권장, 민관 협동 해외진출 지원체계 설립 등이 이뤄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CRO 업계 자체적으로도 임직원 재교육을 통한 전문성 강화, 글로벌 우수인재 확보, 외국 임상협회와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서비스산업인 CRO와 제조업인 제약사가 협업하며 시너지를 내는 파트너십으로 해외진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현황에 따르면 2022년 승인된 임상시험은 798건으로 2019년 714건 대비 11.8% 증가했다. 제네릭 의약품 개발을 위한 생동시험을 포함할 경우에는 총 1121건으로, 지난해 974건 대비 1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동시험도 전년 259건에 비해 24.7% 증가한 323건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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