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침봉사 엄연한 적법 행위”

수지침비대위, 복지부·지자체 불법의료 매도에 반발
“대법원판례·고충위결정 무시 있을 수 없는 일” 지적

수지침 시술이 불법의료행위가 아니며, 수지침 자원봉사활동도 합법적으로 가능한데도 무슨 영문 때문인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불법의료행위로 단정하고 원천적으로 중단시키려 하고 있어 수지침단체와 수지침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반발은 수지침 시술과 수지침 자원봉사활동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결정이 엄연히 있는데도 보건복지부가 이와 상반된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지자체에 하달함으로써 일선 보건소 등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복지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서울 노원구보건소는 관내 북부종합사회복지관 등 8개 복지관에 ‘수지침 무료 봉사활동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의약과-5866)을 보내 수지침행위가 불법의료행위라며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노원구보건소는 이 공문에서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일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무료봉사활동으로 수지침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민원사항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침술(수지침 포함)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며, 사람의 신체와 생명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로서, 현재 침구시술행위를 할 수 있는 자는 의료법 제5조 규정에 의한 한의사와 동법 제81조에서 규정한 종전(해방전)에 침구사 자격을 취득한 자만이 가능하다”며 “일반인의 수지침행위는 불법의료행위로 의료법 제25조 위반이다”고 단정해 버렸다.

수지침 시술을 불법의료행위로 몰아붙이는 자자체는 비단 노원구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지자체들이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수지침 시술행위와 봉사활동을 중단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의 박물관이 세워져 있는 서울 강서구보건소는 수지침 시술과 무료봉사활동을 의료법 제25조를 적용해 무면허의료행위라며 아예 수지침을 근절시킬 작정이다.

국내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있는 부산광역시에서는 관내 전 보건소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수지침 시술과 봉사활동이 불법이라며 행정지도에 철저히 기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충남 아산시도 마찬가지다. 아산시 평생학습과에서는 복지부로부터 접수한 질의 회신 공문을 통해 “일반적으로 면허 또는 자격 없이 침술행위를 하는 것은 처벌돼야 하고, 수지침 시술행위도 침술행위의 일종으로서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됨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아산시에 내려 보낸 공문에서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한의사 또는 침구사 자격이 없는 자에게 수지침 자원봉사활동을 허용한 국민고충처리위원의 권고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정면으로 외면했다.

이로써 중앙부처인 복지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수지침 시술과 수지침 자원봉사활동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한판의 일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송철호·변호사)는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제3자 입장에서 신속한 절차로 공정하게 조사, 심의해 그 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되면 관계 행정기관에 시정이나 제도의 개선을 권고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립됐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촉한 10여명의 위원을 중심으로 100여명의 조사관과 전문위원 및 전문상담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4월 10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2CA-0512-012706)는 수지침 자원봉사자 한병희씨 등이 경기도 시흥시장과 의정부시장, 대전광역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수지침 자원봉사활동 허용’ 민원을 제기한 결과, “수지침 자원봉사활동을 허용해 달라는 신청인들의 신청은 이유가 있다”며 지자체 단체장들에게 시정을 권고했었다.

이 위원회가 현지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한씨 등이 수지침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사용하는 신수지침과 신수지침관, 서암봉, 서암뜸, T봉, 전자빔 등은 기존의 침술에서 사용하지 않는 소형의 신수지침 등을 이용해 손부위에 미세한 피부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기존의 침술과 같은 정도의 위험성은 인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2000년 4월 25일 대법원 판결(선고 98도2389)에서는 수지침은 시술부위나 시술방법 등에 있어서 예로부터 동양의학으로 전래돼 내려오는 체침의 경우와 현저한 차이가 있고 시술자의 시술의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결정했다.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범죄행위나 불법행위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유, 즉 정당행위, 정당방위를 뜻한다.

또 2002년 12월 26일 대법원 판결(선고 2002도5077)에서도 외국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했어도 국내에서 침술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자가 단순한 수지침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체침을 시술한 경우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수지침과 체침은 차이가 있고 수지침 시술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간접적인 인정이 되고 있다.

따라서 수지침 시술과 자원봉사활동은 의료법에서 명시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저촉되지 않을뿐더러 불법의료행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게 사법부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수지침을 불법의료행위로 몰아가고 있으며, 지자체까지 편승해 일선의 혼선을 초래하고 있어 참여정부의 행정난맥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의계가 제기한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에서의 수지침 강의와 관련한 ‘의료법 위반’ 피의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등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판결을 내렸으며, 김해지역 주민복지센터 등 수지침 강의 사건 역시 부산 강서경찰서에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수지침의 길이는 2cm 미만으로 침이 피부에 삽입되는 길이도 약 1~2mm 정도며 찌르는 침의 수도 15개 미만이기에 위험의 부작용은 없고 자신이 직접 침을 놓지 않고 수강생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라며 “이는 수지침강좌가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보더라도 수지침은 의료행위가 아님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또 “개별적으로 보아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수지침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있지 않는 점을 볼 때 피의자들의 강좌방법과 그 행위가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인정할 수 없어 ‘불기소’(혐의 없음)함이 옳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수지침비상대책위원회(회장 김기종)와 고려수지침학회 전국 자원봉사자들은 “수지침 행위를 불법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수지침 무료봉사활동을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사법부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판결을 전면 무시한 것”이라며 “엄연히 사법부의 판결이 있고 그 판결에 따라 적법한 행위를 하는데도 행정당국이 마치 불법으로 매도하는 것은 법치국가인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수지침비대위는 “한의계가 정부의 유사의료행위 실태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수지침을 교란시키고 있다”면서 “마치 수지침 봉사활동이 불법의료행위인양 호도하는 공문을 남발하는 복지부와 지자체는 법부터 제대로 지켜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같은 일이 매년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 때마다 지자체 등이 늘 패소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번 노원구보건소의 경우도 소송이 진행되면 지난번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경기 시흥시와 의정부시, 대전광역시 중구청에 내린 것과 같은 결정이 나올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수지침학회 전국 자원봉사자들은 “대법원과 국민고충처리위윈회의 판결을 무시하는 지자체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유사의료행위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부 보건소에서는 하루빨리 봉사활동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반면, 노원구보건소 등은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지자체 행정의 일관성이 없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며 효과가 좋은 고려수지침에 대해 일부 반대세력들의 조직적이고 끈질긴 방해공작으로 봉사활동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100만명 수지침사법 입법추진’ 서명운동이 곧 완료되면 국민의 힘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를 역임한 ‘법무법인 화우’의 이경환 변호사는 “수지침은 처벌받지 않는다. 위법성이 조각되며 정당함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돈을 받으면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보건소장은 “수지침 시술과 수지침 자원봉사활동은 마치 (사법부에서) 자전거는 탈 수 있도록 해 놓고서 (행정부가) 자전거 전용도로는 만들어주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며 행정당국을 꼬집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병의원에서 제공하지 않는 수지침 등 유사의료행위를 제공받고 있으면서도 의료법에 근거가 없어 불법의료행위로 매도당하고 있다. 엄격한 요건을 갖춘 유사의료법을 하루빨리 만들어 국민들이 유사의료행위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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