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감염병 팬데믹 이야기(8)

팬데믹과 에피데믹의 미래(3)

일반적으로 감염병이 팬데믹을 일으키기 위한 조건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신종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이어야 한다. 
둘째,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조기 진단 및 감염병 방역이 어려워야 한다. 
넷째,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야 한다. 

오늘은 ‘팬데믹과 에피데믹의 미래’ 세 번째 내용으로 ‘조기 진단 및 감염병 방역이 어려워야 한다’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KMI 신상엽 감염내과 전문의

조기 진단이 어렵고 방역이 어려운 감염병은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면, 사스(SARS), 메르스(MERS), 코로나19는 모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이 중 사스와 메르스는 에피데믹 수준에서 유행이 멈췄다. 사스는 유행이 종결되었고, 메르스는 아직 유행이 종결되지 않고 중동 일부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 풍토병 수준으로 더 이상 대규모 유행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 팬데믹을 일으켰고 수년 내 유행의 종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향후 유행이 종결되지 않고 독감처럼 매년 유행하는 유행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인데 왜 이런 유행 상의 차이가 나타나는 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사람사이에 흔하게 유행하는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그런데 박쥐와 야생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환경에서 서로간의 유전자를 조금씩 주고 받으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같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생기게 되었다.

사스 바이러스(SARS-CoV)는 박쥐와 사향고양이와 사람이 어우러진 환경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박쥐, 사향고양이, 사람을 모두 감염시킬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는 박쥐와 낙타와 사람이 어우러진 환경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박쥐, 낙타, 사람을 모두 감염시킬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과거 사스바이러스와 유전자 구성이 매우 유사하다. 유전자 분석 상 박쥐는 확실히 관여해 있는 것 같고 중간에 관여한 야생동물은 현재 확실하지 않지만 우한 해산물 시장에서 팔리던 야생동물이 관여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박쥐와 사람과 일부 야생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와 다른 야생 동물과 함께 있는 환경에서 유전자가 병합되어 만들어진 신종 바이러스인데 특징은 모두 다르다. 

사스는 한 사람이 많게는 네 명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높은 전파력을 가지고 있었고 사망률도 10%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높았다. 그런데 무증상기에는 감염력이 없고 증상이 있는 환자만 감염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방역 당국에서 증상자만 빨리 찾아내어 진단하고 격리하면 조기 진단과 방역 당국의 통제가 가능했다. 실제 사스 에피데믹은 오래 가지 못했고 현재는 사라졌다. 

메르스는 지역 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한 사람도 전파시키기도 어려울 정도로 전파력이 낮지만 병원에서는 한 사람이 세 사람을 전파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전파력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사망률이 20-40%에 달할 정도로 중중 환자가 많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병원 감염이 주된 전파 경로가 되었다. 메르스 역시 사스와 같이 무증상기에는 감염력이 없고 증상이 있는 환자만 감염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방역 당국에서 증상자를 빨리 찾아내어 진단하고 격리하고 병원 내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면 조기 진단과 방역 당국의 통제가 가능했다.

다만 메르스가 아직 종식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사람 간 전파 때문이 아니라 메르스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중동 지역 낙타의 메르스 감염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대부분의 메르스 환자는 중동 지역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낙타와 접촉한 사람을 통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병원 내 감염이 간간히 발생하는 정도이다. 즉, 메르스는 현재 메르스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낙타가 있는 지역의 풍토병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래에 사람에게 에피데믹이나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코로나19는 유전자 구조도 사스와 비슷하고 전파 양상도 사스와 비슷하다. 델타 변이의 경우 많게는 한 사람이 아홉 명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사망률은 아직 유행중이지만 1-2% 정도로 사스보다 훨씬 낮은 편이고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게 되면 1% 미만으로 감소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스와 달리 팬데믹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유행을 통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매우 상황이다. 이런 사스와 코로나19의 유행 양상의 차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무증상기 감염력이다. 사스는 무증상기에는 감염력이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부터 감염력이 높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는 자신이 병에 걸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부터 동안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설령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하기 때문에 몸살감기쯤으로 생각하고 사회생활을 계속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코로나19 환자들의 상당수는 자신들이 병에 걸렸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즉 아무리 방역 당국에서 노력을 해도 이런 무증상기에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찾아내어 조기 진단하고 통제할 방법은 마땅히 없다.

결국 대규모 유행의 상황에서는 방역 당국의 노력으로 통제가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증상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잠재적인 코로나19 감염자라고 생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아울러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의 개인위생 수칙을 잘 치키는 개인적 거리두기에 만전을 기해야만 한다.

요약하면, 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지만 에피데믹 수준에 머물렀던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는 증상이 생기기 이틀 전부터 감염력을 가지고 있어 조기 진단 및 방역 당국의 대처가 어려워 팬데믹이 나타나게 되었다.

향후에도 어떤 감염병이든 조기 진단 및 방역 당국의 대처가 어려운 감염병은 그렇지 않은 감염병에 비해서 진단 시점에 이미 유행이 확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 감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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