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우선인 ‘간호법’ 되길

[데스크칼럼]

간호사들이 또 다시 여의도에 모였다.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간호사들이 여의도에 집결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이들은 기필코 간호법이 통과돼 간호사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주최로 지난 1일 여의도에 모인 간호사들은 살인적인 노동, 법정간호인력 위반 등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관행처럼 이어온 불법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가위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신경림 간호협회장도 이날 간호법 제정 당위성에 대해 역설하고 여야 3당은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대한간호협회와의 정책협약과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치료 중심의 의료법만으로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없고,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간호협회의 주장이다. 양질의 간호인력을 양성하고 일관성 있는 간호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도 독립된 법안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간호법 제정은 간호협회는 물론 신경림 회장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신 회장이 간호협회 부회장이던 2005년 처음 발의된 간호법은 빛을 보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간호법은 두 차례 더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호법은 법안심사소위와 정부 모두 제정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결 절차만이 남은 상황에서 직역 간 갈등 처리가 우선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잠정 보류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간호협회는 상임위 심의까지 간 간호법 통과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일단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건의료인과 관련된 법률은 국민건강향상을 최우선에 둬야 하지만 간호법은 간호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직종이기주의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간호협회로서는 부담이다. 조무사들은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보조인력으로 만들어 종속성을 강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필수 의료인력이다. 상호 협력은 필수다. 최선의 진료를 위한 역할은 확실히 구분돼야 하겠지만 지나친 계급논리에 의한 권리다툼은 환자들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무엇보다 간호법 제정은 간호협회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체계 확립을 위해서도 중차대한 사안이다. 필요한 법안은 마련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하기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이 아닌 의료계 전 직군과 화합하고 국민건강에 득이 되는 법안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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