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시기상조? 세계시장은 급팽창 중

[데스크칼럼]

비대면 진료·처방 등 정부가 추진했던 원격의료 제도화가 전면 보류된다. 국무조정실이 규제챌린지 논의를 거쳐 비대면 진료·약배달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27일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다. 국민건강과 안전도 고려됐다.

제도화 추진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정부는 향후 비대면 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서는 의정협의체 등을 통해 지속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전화상담과 처방 등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였다. 위기상황 속에서 이뤄진 비상조치였지만, 이후 원격의료 제도화는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 요구 속에서 의정 갈등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원격의료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신현영 의원이 원격의료 제도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정부에 구체적 방안 모색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료사고 등 우려했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원격모니터링 합법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영리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의원급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계 반발은 거셌다. 무엇보다 원격의료 시행 전 안전성·유효성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고 맞섰다. 준비 없는 원격의료는 시기상조며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 3개 단체는 비대면 진료 합법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허용 중단을 촉구했다. 편의성만을 앞세운 '환자 대면원칙의 훼손'은 결국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불만족과 진료 질 저하·약물 과잉처방 등의 우려 속에서도 의료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 요구는 늘 있어 왔다. 코로나 상황도 이 같은 원격의료 필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실제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한 비대면 상담·처방 건수는 260만건을 넘었다(복지부 자료). 131만8585명이 진료를 받았으며 진료비도 409억원에 달했다. 동네의원이 가장 많은 190만2230건으로 전체 비대면 진료 건수의 72%를 차지했다.

원격의료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2018년 383억달러(45조7700억원)에 불과했던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오는 2027년 5595억2000만달러(627조원)로 급속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가들이 원격의료 시장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현재 국내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와 처방은 코로나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를 벗어나면 중단된다. 향후 제도화 논의를 위해서는 의정합의를 통한 의료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의·정과 국민이 합심해 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려는 자세다. ‘시기상조’라는 안일한 대처로 만시지탄의 우를 범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현재 부각되고 있는 원격의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향후 제도정착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IT강국’에 더해 ‘의료 선진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이 ‘원격의료 후진국’ 남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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