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아프리카 악성 말라리아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아프리카대륙은 생활여건이나 기후에 따라 세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집트, 모로코와 같은 중동국가들이 속해 있는 북아프리카 지역과 사하라사막 남쪽의 열대기후 지역,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속해 있는 남아프리카 지역이다.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남아프리카는 기후도 좋은 편이다.

백인들이 희망봉을 거쳐 인도로 뻗어나가던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 활동이 가장 적었던 지역은 열대기후대에 속하는 사하라사막 남쪽이다. 나는 기회가 있어서 나이지리아, 케냐 그리고 프랑스식민지였던 베냉 공화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 흔히 말하는 아프리카 열대 국가들이다.

치안도 좋지 않고 생활수준이 낮아서 서구열강들의 식민지가 됐지만, 열악한 기후조건 때문에 식민 활동은 저조했던 지역이다. 그중 가장 큰 요인은 전염병이다.

오래된 얘기지만, 우리나라 외교관도 열대 황열병에 걸려 죽은 적도 있다. 지금도 이 지역을 가려면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말라리아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말라리아가 흔했다. 학질이라고 불렸으며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6.25 종전 후에도 접경지역에선 말라리아가 창궐해 WHO에서 말라리아 관리팀을 특별히 운영한 적도 있다.

아프리카 말라리아는 2일열, 3일열 등 그 종류가 많고 악성인 경우도 흔하다. 백인 통치자들이 이 지역을 지배하려면 전염병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말라리아에 걸려 심하면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백인 식민 지배자들의 기피지역이 바로 이 사하라사막 남쪽이었으며, 아직도 다른 지역에 비해 백인들이 많지 않다.

그런데 백인들이 두려워하는 이 말라리아가 그곳 원주민들에게는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20세기 후반에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적혈구 변형으로 말라리아가 기생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반면 악성 빈혈을 일으키는 변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전염병은 숙주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생존에는 큰 위협이 된다. 결국 세균이나 여과성병원체는 사람들과 공생하는 관계가 됐을 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코로나인플루엔자도 지방병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전염되지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공생관계가 됐을 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가 개발한 백신에 의해 박멸될 것이고, 전염병과 인간의 관계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예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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