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증 비건 제품'은 허위 광고

정춘숙 의원 "식약처, 비건식품 관리 부실 책임"

최근 '비건'으로 불리는 채식주의자가 늘면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식품이 시중에 많아졌다. 업체마다 식약처 승인 기관의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식약처의 승인 자체가 현재 폐지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춘숙 의원은 8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의 승인을 받고 비건 인증과 보증을 담당하는 정식 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한국비건인증원을 인증 기관으로 승인한 기간은 지난 2019년 5월까지로, 이후엔 민간 기관의 자율 인증으로 그 체계가 바뀌었다. 하지만 규정 폐지에도 한국비건인증원은 식약처 인증기관이라며 영업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고시 폐지 당시 공문을 지방청, 지자체, 식품협회에는 고시 폐지 사실을 알렸지만, 정작 개별 인증기관에는 통보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풀무원, 삼양 같은 식품업체들도 각종 보도자료에 ‘식약처가 인증해준 비건인증원을 통해 인증받은 제품’이라고 홍보에 나섰다. 풀무원 정면·삼양식품 사또밥 등은 비건인증을 홍보하는 대표 제품들이다.

식약처 승인을 강조한 식품업체들은 "관련 규정이 바뀐 걸 몰랐다"면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풀무원은 고시 폐지 사실도 몰랐고 사후실증제로 바뀐 것도 몰랐다고 밝혔지만, 식약처가 고시폐지를 알린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회장을 풀무원 이효율 대표가 맡고 있다.

식약처는 '허위 광고'로 판단하고 뒤늦은 시정조치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고시가 폐지되면서 효력이 없어졌음에도 그 효력이 있는 것처럼 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의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런 문제가 방치된 것은 식약처의 관리 소홀이 크다”며 “비건인증이 이런 상황이면, 당시 해당 고시에 따라 함께 인증을 받았던 할랄, 코셔, 등 119개의 민간인증기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후위기 시대에 비건과 같은 윤리적 소비실천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 마련이 필요하며 비건식품들에 대한 ‘사후실증’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건식품은 소비자가 일일이 성분을 확인하고, 제조과정에서 동물실험은 없었는지 여부를 다 따질 수 없기 때문에 까다로운 인증절차가 필요하다. 유럽연합에서는 채식 소비자 알권리 보장을 위해 비건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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