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맹신… 증상 악화

보완대체요법 허와 실 11.죽염요법

일부선 맹독성 발암물질 다이옥신 검출되기도
소금과 같은성분 다량섭취시 생활습관병 발병

우리나라도 10~20년 사이에 ‘생활습관병’의 발병률이 부쩍 높아졌다. 식생활의 서구화, 공해, 스트레스, 인구의 노령화, 운동 부족 등이 주원인인데 대부분 흡연, 과식, 과음 등 잘못된 생활습관의 반복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

예전에는 부유층이나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혈압, 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병과 암, 당뇨, 비만 등의 만성 퇴행성질환자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질병을 키우는 데는 음식을 짜게 먹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상당히 연관돼 있다고 한다. 염분을 많이 섭취하는 민족일수록 암과 고혈압, 당뇨, 뇌졸증 등 생활습관병의 발병률이 높고 평균 수명이 짧다는 연구보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 만성질환자 특히 주의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성인 기준 1일 소금 섭취량을 5g, 6g(나트륨 기준으로 2.0g, 2.4g)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하루 20g의 염분을 섭취하는 등 아직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가정에서 즐겨먹는 죽염(竹鹽)의 문제가 심각하다. 얼마 전부터인가 죽염이 대나무의 유효성분과 천일염의 미네랄이 합해져서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완대체요법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죽염이란 3년 이상 자란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넣어 황토로 막은 뒤 고온으로 8번 반복해서 구워낸 후 마지막으로 9번째 구울 때에는 소나무에 송진을 뿌려 가열온도를 1400℃ 이상으로 올려 만든 소금을 말한다.

죽염은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 대신 사용되기도 하고 마사지, 비누, 치약, 화장품 등 미용재료의 원료로도 쓰인다. 민간에서는 비염이나 축농증, 기관지염, 잇몸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선전되고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소금이 해롭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그러나 소금이 해로운 게 아니라 나쁜 소금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정제염 등 가공된 표백 소금이 문제이지, 알맞은 양의 소금 섭취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죽염 주창자들은 죽염이 간암, 악성임파선종, 방광암, 신장암, 만성간염, 간경변증, 신부전증, 심부전증,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등 여러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한다. 이밖에 눈병, 귓병, 콧병, 입병, 잇병 등에도 두루 쓰일 수 있다고 한다.

부산지방법원 의료전담재판장인 황종국 부장판사가 지은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라는 책에 따르면 인산죽염 김윤세 사장이 지은 ‘죽염요법’에 실려 있는 치료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외과의사인 전홍준 박사는 1988년 4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민속약 연구발표회에서 자신이 경험한 임상사례 몇 가지를 소개했는데, 41세의 위암 환자가 수술을 안 받고 죽염을 복용하고도 음식을 소화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또 62세의 직장암 환자가 인산(김일훈·김윤세 사장의 父) 선생의 권유로 죽염을 먹고 유근피를 달인 물에 죽염을 타서 그것으로 관장을 한 결과 상당히 병세가 호전됐다는 것.

그러면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신장염 환자인 경우 서양의학에서는 소금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나 자신의 견해로는 효과를 발휘하며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간질환자의 경우 죽염을 섭취하면 혈관 내의 산소 공급이 원활해짐으로써 병을 극복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먹으면서 몸의 적응상태를 관찰해 가며 먹는 횟수와 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권유하고 있다.

■ 무분별 사용 화 자초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죽염에 대해 너무 맹신한 나머지 무분별하게 사용해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죽염이 고혈압이나 암 예방효과를 지닌 것으로 잘못 알고 이런 저런 대체요법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오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대다수 의사들은 죽염이 과학적으로 일반 소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특히 소금은 고혈압의 중요한 원인이다. 소금 속 나트륨이 혈관으로 물을 많이 끌어들여 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죽염 또한 성분을 분석하면 고혈압 악화에 결정적 구실을 하는 일반 소금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

고혈압 환자는 소금 섭취량을 하루 5g 이내로 줄이고 국물을 적게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은 죽염처럼 특정 음식을 섭취해서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싱겁게 먹고, 적절한 운동을 하고, 필요하면 꾸준히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는 게 원칙이다. 특별한 음식을 찾지 말고 싱겁게 먹는 게 중요하다.

소금이 소염효과와 살균효과가 있다고 해서 죽염을 환부에 바르거나 죽염을 탄 물에 샤워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오히려 염도가 높아 건조증을 심하게 하고 피부보호막이 손상돼 2차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또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콧속을 세척하기 위해 죽염을 사용할 경우 염분의 농도가 너무 높아져 콧속 점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

의사들은 민간요법이나 새로운 대체요법들이 일부 질병치료에 효과가 있다 해도 위험한 방법들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정상적인 치료법은 외면하면서 죽염 등 확증 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암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도 소금의 과잉섭취라고 한다. 죽염이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데도 매일 티스푼 반 정도로 수십 번씩 먹으라는 것은 국민건강을 좀먹게 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죽염을 많이 먹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 중추신경계 이상 초래

특히 지난 2002년 8월에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구운 소금과 죽염 일부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돼 충격을 준 적이 있었다. 다이옥신은 체내 ㎏당 42나노그램(ng․1나노그램은 10억분의 1g)만 쌓여도 중추신경계 이상을 가져오는 독성물질이다. 죽염의 경우 1400℃ 이상의 고열을 내는 과정에서 칼륨 등 미네랄은 거의 파괴되는 반면, 치명적인 다이옥신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제 ‘베트남전에 뿌려진 고엽제’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이옥신이 식탁위 소금, 매일 이를 닦는 죽염치약에 포함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살려면 ‘덜 짜고, 더 싱겁게’ 먹는 생활습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앞으로 죽염을 먹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악화되는 질환(한국영양학회)

▷고혈압=소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사람 중에는 고혈압 환자가 없다. 그리고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들은 고혈압 환자가 적고,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일수록 고혈압 환자가 많다. 또한 소금 섭취량이 많으면 혈압은 명백히 올라간다. 소금이 혈액의 양을 늘리고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 싱겁게 먹는 것만으로도 혈압을 5~20mmHg 정도 낮출 수 있다.

▷뇌졸중=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뇌졸중이 더 많이 발생하고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다. 소금을 많이 섭취해도 혈압이 높아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도 소금을 많이 먹으면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

▷위암=소금 자체가 위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는데,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률이 두 배 정도 높다. 위에 들어 있는 내용물의 소금 농도가 높으면 위를 보호하는 보호막이 파괴되고 염증이 생기며, 광범위하게 위가 헐고 위축성 변화가 일어나 위암이 생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골다공증=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콩팥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잘 생긴다. 이런 현상은 나이 든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기관지 천식=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기관지 천식의 증상이 더 심하고 소금 섭취를 줄이면 증상이 가벼워진다.

▷요로결석=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빠져 나가 요로 결석이 잘 생긴다.

▷백내장=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백내장이 더 잘 생긴다.

기획취재팀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