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뒷전인 ‘의사-간호사’ 갈등

[기자수첩]

 

9월의 의료계는 너무 잔인하다. 힘을 합쳐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잔혹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노정 합의문을 발표했는데, 그 후폭풍은 너무 거세기만 하다. 합의문을 통해 가까스로 파업이라는 파국은 피했으나 의료계의 반발을 막고 향후 합의한 실행을 어떻게 담보해 낼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골이 깊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다.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법안의 개정을 둘러싸고 의사와 간호사의 갈등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입법예고안에는 간호대 4년과 대학원 2년에 임상 3년 이상 등 해당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성에 맞춰 업무범위를 규정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의료계는 간호사가 마취과, 응급의학과 등에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주장한다.

반면, 간호계는 진료와 관련한 불법행위는 의사들이 간호사들에게 진료행위를 떠넘겨 발생하는 것이며 법안 개정을 통해 업무범위와 법적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반발이 심함 분야는 마취다. 의료법상 전신마취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의료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간호사가 단독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마취통증의학회 등 유관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며, 집단행동까지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의사와 간호사 등 모든 직역단체들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편하기만 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저지와 진화의 주축이 돼야 할 보건의료단체들이 갈등만 노출하니 말이다.

특히나 진료실에 있어야 할 그들은 각자 직역의 입지를 확대, 강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등 한치의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런 모습들은 전문가단체가 아닌 이익집단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건의료계가 정부와 단합해 혼란스러운 감염병 확산 사태에 대처해 주는 것이다. 비상시국에는 의료전문가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인의 사명감에서도, 이익단체의 선전 전략에서도 지금과 같이 소모적 공방을 이어가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이젠 서로를 비방하며, 이익을 챙기는데 시간을 쓰기 보단 ‘환자 건강을 위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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