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간호사법' 의료계 거센 반대… 간호계 "의사 이기주의"

의협, 노정 '의사 증원' 합의 반발 "9·4합의 위배" vs간협 "불법 진료는 의사 부족, 10배 늘려야"

(왼쪽)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반대를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도 이에 맞서 지난3일부터 복지부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지난 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과 정부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의료계에 부는 후폭풍은 거세다.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의사를 제외한 채 '의사 증원'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다.

특히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개정까지 논란이 되며 의사-간호사의 갈등 양상이 최고조로 달아 올랐다.

전문간호사 제도는 의료계와 간호계가 오래전부터 갈등을 겪어왔던 문제로 이번 복지부 시행 규칙 개정안으로 폭발됐다. 이는 복지부 입법예고 기간인 오는 9월13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간호사 마취 불법행위"… 업무 규정 강력 반발

각 전문학회와 시도의사회도 전문간호사 관련 입법예고안이 불법 진료보조인력(PA 혹은 UA) 합법화를 위한 정치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계는 직역 간 면허범위가 규정돼 있음에도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너무 폭넓게 확대해 의사 면허범위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이는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의료계는 철회를 위해 대한의사협회 임원진에 이어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반대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규정 중 '진료에 필요한 업무', '지도에 따른 처방' 등의 업무범위 규정 문구로 인해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마저도 가능해질 수 있다"며 "해당 입법 내용이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수준의 입법 한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이에 지난 8월31일부터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무자격자 불법시술, 불법마취 NO!', '불법대리시술 조장하고 면죄부 주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보건복지부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의협 이필수 회장을 비롯 임원진들의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역시 지난 9월 1일부터 '보건의료업 독식을 위한 전문간호사법 중단하라', '어떠한 협의도 없는 폭력적 법안 추진 중단하라', '소수전문직군 말려 죽이는 전문간호사법 중단하라', '대 간호공화국 만드는 보건복지부 각성하라', '응급구조사 말살법안을 당장 폐기하라'는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응급구조사협회는 "해당 시행규칙 중 '응급전문간호사' 규정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인 응급처치 영역과 응급의학과 의사 고유의 업무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한 "병원 간호사 인력 부족은 사실 간호사 직역의 '문어발식 업무영역 확장'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간호사 직역의 업무영역은 더욱 비대해져 종국에는 소수 보건의료 직역의 완전한 멸종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 없이 합의문 작성, 정치적 거래 의혹도 제기

의료계는 특히 이번 노정 합의문은 지난해 의협이 총파업을 끝내면서 정부와 체결한 9.4 의정 합의를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전의 의정합의를 무시하고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의사인력 증원 등의 사항을 합의문에 포함한 독선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우리의 분명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에 명시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제도 도입 등 의사증원을 의정협의체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시도한다면 결국은 파국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단호하게 밝힌다"고 경고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역시 "노정합의가 의료 정상화나 노동자 권익 보호와 무관하고 오히려 피해와 부작용만 양산한다"면서 폐기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사노조도 없는 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전원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 등 정책을 요구했다"며 "이는 의료계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이고 이번 합의가 정부와의 정치적 거래임을 자인하는 증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간호계 '의사 부족'에서 기인한 PA-UA, 업무범위 법제화 필요

반면, 간호계는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는 의협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간호협회는 "전문간호사의 업무 중 ‘진료의 보조’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는 게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의사와 간호사 사이 업무 관계에 있어 협력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업무 영역의 변경을 수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애초에 의사가 지도와 처방을 할 수 있는 주체이므로 ‘지도에 따른’ 또는 ‘지도하에’ 있는 간호사는 단독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의사가 부족한 현실에서 의사들에 의해 간호사들이 ‘PA’라는 이름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명확한 업무범위 규정을 통해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전문간호사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협 신경림 회장은 "현재 의료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불법진료의 근원은 의사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의협은 정부와 간호사 등 다른 보건전문인력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의료인간의 협력과 상생을 위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도 오는 13일까지 관련 개정안 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며, 의료계 역시 전문간호사 개정안과 관련, 의료계 단체와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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