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구당 김남수옹과 유태우 박사를 생각한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지난해 구당 김남수 옹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뉴스로 봤다. 105세라고 하니 참 장수하신 분이다. 옛날 제도에 의해 침사 면허가 있었던 그는 뜸을 잘 떠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치료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바뀐 제도에 따라 침사 자격만 있을 뿐 침과 뜸을 함께 치료할 수 없게 됐다. 결국 한의사들의 고소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항소심에서도 유죄로 확정됐다.

다른 얘기지만, 수지침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태우 박사도 법원 판결에 따라 수지침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것은 허용됐지만 보수를 받고 시술하는 행위는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현행법에 따르면 침과 뜸은 한의사들의 고유 영역이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수호 박사는 침구학에 관한 책을 썼으며, 작고한 김종필씨의 안면신경마비를 치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지금도 침구사를 위한 침구전문대학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직접 본 일이 있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허준’에 보면 침과 뜸을 통해 많은 사람을 치료했다. 선조의 후궁 동생이 구안와사로 고생하는 것을 허준이 완치시켜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전통의학에서 침구술은 주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과거에 많이 활용돼 왔고 현재도 쓰이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故 정주영씨의 동생 정인영씨가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것을 침을 놓아 걸을 수 있게 해줬다는 베트남 전통의사를 만난 일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중풍이나 신경마비로 고생했던 사람들이 침과 뜸에 용한 사람을 만나 효과를 봤다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의료법이 바뀌면서 침구사 제도는 없어졌다. 한의사에 의해 침구술이 시술되면서 그런 얘기도 점차 사라졌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였던 이명복 교수가 사상체질 침을 배워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이 교수로부터 침을 맞아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얘기를 잘 듣지 못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생겨나기 전, 중국에서도 나이든 한의사들이 명성을 떨치는 것을 직접 봤다. 확실히 침구학은 한의학의 일부지만 반드시 한의사의 고유영역으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견이지만, 우리나라도 일본같이 전문 침구사를 양성하길 바란다. 유태우 박사와 같은 유능한 사람에게 자문을 받아 침구사제도를 재정비하고, 이를 통해 약을 쓰지 않고 침과 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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