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금이빨’의 추억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6.25전에 월북한 사람들이 기억난다. 박헌영은 물론 남로당 간부들이 연이어 평양으로 갔고, 예술인 중에서도 만담을 잘 하기로 유명했던 신불출, 소설가 이태준 또한 월북했다. 특히 이태준은 영국의 토마스 하디와 맥을 같이 하는 유명한 작가였다. 이태준은  토마스 하디가 쓴 ‘테스’와 같이 불행한 끝을 맺은 퇴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애잔하게 그려내서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 중 단편 소설 ‘실락원 이야기’는 많은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지사같이 고결한 청년기를 보냈던 주인공이 나이 들어 타락해서 자기의 부를 자랑하고 다니는 장면이 인상 깊다. 이가 아프지 않은데도 금으로 이를 씌워 말할 때마다 금니가 보이도록 한 타락하고 천박해진 주인공을 작가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멸시와 경멸의 대상으로 이야기 하고자 했다.

확실히 일제 강점기에는 금니가 부귀의 상징이었던 적이 있었다. 금으로 크라운을 씌워서 돈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골에 가면 치과의사가 돈 많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금니를 해 주던 기억이 난다. 요새 성형외과에서 외모를 아름답게 하려고 수술을 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의학은 과학인 동시에 예술이다. 과학적인 입장에서 의료 행위를 하지만 돈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과거에도 여러 가지 수술을 했던 적이 있다. 해방 이후 봇물같이 쏟아져 나온 신치료법 속에는 오늘날에 와서는 없어진 치료법도 있다.

남자들의 정력이나 건강을 위해 부작용이 위험한 치료법이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뇌하수체 이식수술이다. 또한 매춘사업의 그늘 속에서 의사들이 성병 치료에 열을 올린 적도 있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고치는 미용수술이나 주걱턱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돈 많은 사람들은 외국으로 원정을 갔다.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갔으며, 그 대표적인 나라가 유럽의 스위스이고 가까운 일본에서도 그런 시술이 유행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중국인들이 미용수술을 받으려고 우리나라에 오고 있다. 우리나라 국산 화장품이 인기가 있어서 중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으며 동남아에서도 성형수술을 하려고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외화획득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의료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선전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예전에는 부의 상징으로 여겼던 금니도 지금은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면 받으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이제 그 시절 ‘금이빨’은 옛날 얘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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