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사태'가 불러올 나비 효과

[기자수첩]

남양유업이 최근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발표한 심포지엄의 여파로 다시 한번 휘청이고 있다.

고전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우선 심포지엄 내용은 침소봉대에 가깝다. 남양유업은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하면서 마치 식품이 의약품의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혼동케 한 것이다. ‘식품표시광고법8조 위반이다. 식품당국은 표시광고 위반으로 지자체에 영업정지 2개월이라는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더구나 기업으로선 가장 무서운 소비자 불매운동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는 소탐대실에 해당한다.

나비의 날개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에선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 효과는 카오스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남양유업에 카오스 이론을 적용하면, 앞으로 내우외환을 일으킬까 우려스럽다.

안으로 보면 유업계는 현재 우유 소비의 급감으로 인해 원유가 남아도는 상황이다. 다음달에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2개월이 결정된다면 남양유업에 원유를 공급해 온 낙농가들은 원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다른 공장에서 원유를 받아줄 여력도 없고 그렇다고 낙농가가 원유를 그냥 폐기할 수도 없다. 이미 시작된 불매운동이 지속될 경우 회사 직원들과 대리점주, 그리고 이에 딸린 가족들마저 피해를 입는다.

밖으로는 자칫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국제낙농연맹(IDF) 연차총회를 개최해 세계의 낙농현안을 공유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협력의 장을 열었다. 그만큼 선진 해외낙농국들이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불가리스의 코로나 19 예방효과가 78%에 가깝다면, 해외 사람들은 백신 접종보다 불가리스를 원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불가리스와 같은 발효유를 음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백신 주사기 안에 불가리스를 넣은 풍자그림이 등장했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이 있는데도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 즉 문제가 있는데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업계 사람들은 남양유업 특유의 조직문화를 언급하고 있다. 회사의 오너부터 임원 모두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진심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에 회생의 기회를 허락할 것이다.

 

 


이원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