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의협의 직역 이기주의

기고/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

대한의사협회는 <의협신문>의 지난 15일자 '간호법 살리고 보건의료체계 무너뜨릴 것인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재 국회에서 발의 중인 3건의 간호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간호법안이 특정 직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며,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호법안이 제정되면 과연 의사협회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질까? 간호법안은 현행 의료법으로는 전문화되고 다양해진 간호사의 역할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전 세계 90여 개국이 이미 독자적인 간호법을 갖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의사협회의 주장대로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졌을까? 오히려 수십 년 동안 치료영역에서 제왕처럼 굴림하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온 의사협회의 직역 이기주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간호법안은 많은 고민을 거쳐 나왔다. 첫째, 지금의 고비용 보건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할까? 둘째,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지역이나 가정에서의 돌봄 수요가 급증하는 데 의료기관 중심의 현재의 의료체계가 이에 부응할 수 있을까. 셋째, 지금의 자유방임적인 의료인력 관리를 통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수많은 보건학자,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보건의료체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의 위기 속에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고령인구와 노인진료비 증가로 인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저출산 추세로 인해 현재 의료보장체계를 떠받치고 있는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국민의 생명과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보건의료는 지금 당장이라도 개혁을 시작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고, 귀를 막고 자기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다.

간호법안에 대한 일부 쟁점은 국회 입법심사과정에서 정리될 일이다. 의사협회는 그렇게 나라가 망할 것처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말하겠다.

간호법안은 위기에 처한 보건의료체계를 살리는 법이자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법이다. 앞서 제시한 세 가지 질문에 '현행 의료법'이, 그리고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바른의료”로 해결할 수 있는가?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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