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무분별 강의 생명 위협

보완대체요법 허와 실 6. 의과대학의 교육실태

효능·안전성 확보된 것부터 선택 교육을
국내외 실태파악 임상·연구·법 지침 마련 시급
현대의학과 접목전에 과학적 데이터 확보돼야

우리나라 의과대학생들이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보완대체요법)의 효과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과학적 검증이 제대로 안 된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 등의 과목들을 무분별하게 가르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의과대학생들은 한방이 없어져도 국민 건강이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나아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환자가 겪는 한약의 부작용이나 피해도 상당히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의과대학에서 이러한 과목들을 학생들에게 교육하기에 앞서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정도 등이 정확히 평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고려의대 재활의학교실 강윤규 교수팀이 ‘의과대학생의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 한방 치료 부정적

강 교수는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의학, 보완대체의학에 관한 일반적인 생각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태도 ▲한방 치료에 대한 인식 등을 알아보기 위해 이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경북의대 75명, 동국의대 50명, 고려의대 95명의 의과대학생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동국의대 52명, 경북의대 75명이 참여한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 태도에 대한 조사에서 의대에 입학하기 전 한의학에 대한 태도는 매우 긍정적(6명), 긍정적(18명), 보통(19명), 부정적(8명), 매우 부정적(1명)으로 나타나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의대에 입학한 후 한의학에 대한 태도는 매우 긍정적(3명), 긍정적(9명), 보통(19명), 부정적(17명), 매우 부정적(4명)으로 부정적으로 많이 돌아섰다.

의사가 되고 난후 연구나 진료를 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의학이나 보완대체의학에 관한 태도는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할 것이다(28명), 부정적인 쪽으로 변화할 것이다(24명), 무응답(5명) 등으로 나타났다.

또 의대에 입학하기 전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태도는 매우 긍정적(4명), 긍정적(24명), 보통(17명), 부정적(7명)으로 나타났으나, 현재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태도는 매우 긍정적(7명), 긍정적(26명), 보통(12명), 부정적(6명), 매우 부정적(1명) 등이었다.

특히 한방 치료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환자가 겪는 한약의 부작용이나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상당히 크다(15명), 약간 우려할 정도이다(35명), 별 문제 되지 않는다(2명)라고 답했다.

한방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꽤 효과 있다(14명), 약간 효과 있다(35명), 거의 효과 없다(3명), 무응답(5명) 등으로 다소 긍정적이었다.

한방이 없어지면 국민 건강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느냐는 물음에서는 오히려 나아진다(4명), 별 차이 없다(31명), 약간은 나빠진다(17명), 무응답(5명) 등으로 한방이 있으나마나 하다는 인식이 주류를 이뤘다.

■ 검증 없이 무방비 노출

현재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에서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을 교육하고 있는 대학(괄호 안은 과목명)은 가톨릭의대(통합의학), 경북의대(대체의학), 고려의대(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 동국의대(보완대체의학), 서울의대(한의학과 보완의학), 연세의대(한의학과 대체의학), 이화의대(보완대체의학), 포천중문의대(대체의학), 조선의대(통합의학), 한양의대(통합의학) 등 10개이지만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대학에서는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 등을 강의하면서 요가, 뜸, 마사지 등 아직까지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은데도 원칙도 없이 마구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최근 고려대학교 의료원(의료원장 홍승길·의무부총장)에서는 국내 최초로 통합의학교실을 개설해 국민건강에 기여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고려의대 통합의학교실은 통합의학연구소(7월 개소)와 통합의학진료실(9월 진료), 통합의학연구회(교수 50명)를 3대 축으로 해서 기존의 여타 진료과와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만성질환의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와 환자중심의 포괄적 의료를 제공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보완대체의학의 올바른 국민 홍보를 위해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오는 9월부터 매월 한차례씩 국민건강강좌를 개최하는 한편 대안요법, 생물학적요법, 수기요법, 에너지요법 등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보완대체의학들은 부작용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요가는 무리할 경우 관절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며, 뜸은 몸 전체에 떠서는 안 된다. 마사지는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질 뿐 과학적으로 인체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없다.

전문가들은 중풍,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당뇨, 암, 위장병, 간질환 환자들은 신체부위에 뜸뜨는 것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족삼리(足三里:무릎아래 경골조면의 돌기 아래 점에서 수평으로 그어서 환자의 엄지 첫마디와 끝까지의 길이로 정한다)에 뜸을 많이 뜨고 있는데, 족삼리 등 신체에 뜸을 뜨게 되면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혈압 상승, 심장압력 증가, 동맥경화증 유발, 무기력 피로, 소화효소 분비를 억제시켜 긴장을 유발시킨다고 경고한다.(직접구를 뜨면 뜨겁고 뜸 상처가 남는다. 세장내지 다섯장 이상 뜬 후에는 맥박수와 혈압, 심장압력이 모두 증가된다. 이것은 곧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는 증거다. 뜬 다음에 다소 진전이 되지만 매일 뜨면 악화되는 증상들이 계속 나타난다.)

■ 효능·안전성·부작용 밝혀야

그렇다면 이러한 보완대체의학들을 흥행위주로 교육했다가 나중에 부작용이 생겨 신체상에 큰 피해를 입는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져야할 것인가.

보완대체의학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증이다. 즉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여지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의료수단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도 않은 채 새로운 의료수단을 의대생들이나 국민들에게 무방비로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고려의대 통합의학교실 이성재 교수는 “고령사회와 더불어 다양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교육, 임상, 연구, 법적제도에 관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환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보완대체의학이 과학적, 교육적, 효율적, 제도적으로 정착돼 진정한 통합의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의대 신경과 박규현 교수는 “700여종의 대체보완요법들을 학생들에게 다 가르칠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이론체가 형성돼 있고, 효능과 안전성 및 부작용에 대한 검증을 거쳤거나 실제로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 조금씩 넓혀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다 노출시키지 말고 수지침과 같이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3~5개 과목 정도로 엄선해 우선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고려의대 안암병원 신장내과 김형규 교수는 “우리나라는 보완의학과 관련해 정확한 통계를 가진 것이 많지 않을뿐더러 보완의학 관련 치료방법이 안전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만큼이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보완의학과 관련된 정확한 통계와 구체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출연 연구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률소비자연맹 이경섭 변호사는 대체의료수단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독자적인 질병 치료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보조적인 의료수단으로서 기존의 병의원과의 협진 차원에서의 제한적 시술의료수단으로만 사용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정확하고 상세한 실태조사와 함께 상당한 기간에 걸쳐 외국의 법제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교육제도에 대한 방침의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경우 과다한 의료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료수단에 국민을 그대로 내모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매우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곽명섭 사무관은 “아직까지 보완대체의료에 대한 전반적 연구용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우선 국내 및 외국의 실태를 파악하는 연구용역이 선행돼야 하고, 보완대체의료에 대한 개념이 정의되고, 의료행위와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어떤 사람이 해야 하는지 등을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사무관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로서는 보완대체의료의 안전성과 효능 등 검증을 거쳐야 만이 제도권의 틀로 갖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보완대체의학으로 분류돼 있거나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이 정확히 평가돼야 한다. 그 다음에 이러한 정보가 의대생들에게 교육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됐을 때 국민들에게 진정한 의료수단으로서 선택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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