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자주 다니며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성격도 다르고 교제하는 법도 차이가 난다. 미국인 중에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에 이주한 유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무시하거나 정치적으로 소외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대인 특유의 근면성으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대인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인들도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서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남미 출신들과 흑인들은 존경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크게 성공했거나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 4년 가까이 유학하면서 미국 사람들의 일반적인 경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로부터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결과로,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종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은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주민들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2차 대전 중 호되게 전쟁을 치렀던 일본사람들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근면성과 성실함은 높이 평가한다. 이런 경향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성격이나 민족성과 관계가 있다.
최근에는 일본 음식과 문화에 매료돼 일본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원래 일본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인구가 많은 반면, 천연자원이 부족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많았다. 자녀들이 많으면 남겨줄 유산이 없어 자진해서 직업군인으로 보내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타고난 근면성과 귀속감, 애국심으로 오늘날의 일본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민족성이나 애국심도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경에서 가까운 교외 도시인 이즈모(出雲)시에 가면 브라질에서 온 일본계 이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대림동 같은 분위기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브라질로 이주해갔던 일본인들의 2세나 3세들이, 이제는 일본이 잘살게 되니까 경제적인 이유로 자기 조상들이 살던 일본에 와서 일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일본계 브라질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음식과 생활 문화가 브라질과 거의 유사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은 도시에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인플루엔자 때문에 허드렛일이나 막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없어지자 이들이 다시 짐을 싸서 브라질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볼 때, 민족성이나 귀속감 혹은 애국심은 세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잡한 느낌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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