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발치 통해 얻을 수 있는 '위험성과 유용성'

[구강 속 건치세상] 김진학 사과나무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치과에서 일하다 보면 특히 구강내 소수술을 전담으로 하는 과에 있다 보면 환자들에게 사랑니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사랑니를 꼭 뽑아야 하느냐고. 그 질문에 실려오는 말투와 표정에는 어김없이 두려움이 서려있다.

진화 과정을 거치며 인간의 턱뼈는 그 크기가 작아져 왔기 때문에 세번째 어금니로 통하는 사랑니는 똑바로 맹출 하기 보단 두번째 어금니 밑에 가로막혀 나오지 못하거나 완전히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랑니는 그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칫솔이 닿기 힘든 가장 뒤편에 위치)때문에 더욱 관리가 힘들어진다.

결국 사랑니 주위로 염증이 생기거나 사랑니 앞의 어금니에 치아 우식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랑니 발치만이 그 해답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사랑니를 발치 한다는 행위 자체는 그 치아의 이름만큼 낭만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보통 아래 사랑니는 수술로 뽑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과 의사에게 그리고 환자에게 사랑니 발치는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두려움과 고역 때문에 꽤 많은 분들이 사랑니가 아프더라도 참고 견디며 늦은 나이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끝내 참지 못해 치과를 방문하는 경우엔 염증이 아주 심해 발치 후에도 오랜 시간 고생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고 수술에 대한 합병증의 위험도 높아진다.

여기, 사랑니에 관한 논문이 하나 있다. 1992년 꽤 오래 전에 발표된 논문인데도 그 함의와 영향력이 지금까지도 상당한 논문이다. 캐나다 Dalhousie University의 구강악안면외과에서 나온 논문인데 매복 사랑니의 발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위험성과 유용성에 관한 연구이다(Risks and benefits of removal of impacted third molars. A critical review of the literature. IJOMS, 1992, Feb;21(1):17-27, Precious D. et al). 사랑니 발치는 많은 위험성이 따르는 술식이다.

발치 후 감염, 신경 손상, 심지어 발치 시에 턱뼈 골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연구는 사랑니를 발치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위험과 이득을 “연령별”로 수치화하여 보여주는데 그 결론은 간단하다.

즉, 연령이 낮을 때 발치하는 것이 위험성은 낮고 이득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10대 중반, 늦어도 10대 후반에 사랑니를 발치하는 것이 좋다고 이 논문은 결론 내린다. 이런 사실은 필자가 실제 임상에서도 경험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10대 후반에 사랑니를 발치하는 경우에는 발치 시간도 보통 짧게 걸리고 환자의 회복도 빠른 편이다.

반대로 30, 40대가 넘어 가면 발치의 난이도도 상당히 올라가고 발치 후 회복도 더딘 편이라 발치 후 고생하는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랑니나 영어로 wisdom tooth나 모두 그것이 처음 문제를 일으키는 시점이 그 이름에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처음 증상이 생길 때 혹은 그 이전이라도 십대 후반이 되면 부모님이 아이들 손을 잡고(물론 그 나이 때면 부모님 손을 잡기 거부하겠지만) 치과를 한 번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통적인 통과 의례로서의 의식이 많이 없어진 요즘, 치과를 통과 의례의 장소로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대가 되면 헤쳐 나가야할 일들이 많다. 그 전에 사랑니라는 미루면 점 점 힘들어 지는 짐을 하나쯤 덜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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