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야생동물과 동물애호운동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가 런던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시즌 13호 골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직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손흥민이 기침을 하자 외국 축구 팬들은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라도 된 듯 댓글 공세를 폈다. 
최근 유럽에서는 코로나 인플루엔자 진원지인 중국 사람들과 함께 동양인 기피증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TV들은 보도하고 있다.

코로나 인플루엔자와 같이 걷잡을 수없이 유행하는 큰 역질에 직면하게 되면 사람들은 합리적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이상한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큰 재난이 생기면 그 대응책으로 희생양을 찾으려는 경우가 많았다. 동경 대지진 때도 우물에 독약을 풀어 넣었다는 괴상한 소문이 퍼져 많은 재일 한국인들이 억울하게 맞아 죽었다.

히틀러에 의한 홀로코스트도 나쁜 재앙을 유태인들이 몰고 온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었다. 손흥민 선수 얘기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착잡한 심정에 빠졌다. 코로나 인플루엔자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전염병으로 발전했지만 그 시초는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옮겨져 퍼진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희귀한 야생동물을 먹기도 한다. 뱀, 박쥐, 사양 족제비는 물론 들쥐도 식용으로 쓰인다. 하지만 야생동물을 먹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칙적으로 따진다면 사람도 생태계의 정점에 있지만 가능한 한 자연의 야생동물과 평화롭게 살아나가야 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동물애호 운동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보니 야생동물의 숫자가 너무 늘어나 이제는 오히려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일정한 수준에서 수렵활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늘어나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수렵활동을 권장하고 야생동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멧돼지와 함께 노루, 사슴 등이 그 대상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람과 야생동물 간의 관계는 양면성이 있다. 동물과의 접촉이 많아지면 동물에게 전염되기 쉬운 질병들이 사람에게로 옮겨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애호 운동과는 반대로 자연의 생태계를 사람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의식주를 크게 걱정하는 단계는 벗어났다. 여러 가지 동물들과 평화롭게 살아가면서 야생동물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야생동물을 통한 몸보신이나 이상한 식습관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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