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밖 민간·전통요법 국내에만 230여종 난립

보완대체요법 허와 실 1.정의와 종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의료행위의 경계선에 위치한 수지침 등과 같은 유사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욕구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유사의료행위 조항을 신설하려 했던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당장 유사의료행위를 양성화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의료행위의 기본을 정한 조항만 의료법에 만들어놓고 구체적인 내용은 개별법으로 정하겠다는 것이었지만, 한의사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유사의료행위 규정이 아예 삭제돼 버렸다.

■ ‘지푸라기 잡는 심정’ 노린다?

유사의료행위 법제화가 의료법에서 물거품이 되자 이제는 보완대체요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제정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대체요법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불치병이라고 진단했더라도 환자 자신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누구라도 고칠 능력만 있다면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완대체요법은 종류도 다양하지만 방법도 무수히 많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며,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진단받은 환자들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떤 방법이든 효과만 있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환자들이 치료효과와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보완대체요법에만 매달려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것을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본지는 법적 모호성으로 인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보완대체요법의 허와 실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개선돼야 할 점과 활성화 방안 등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수회에 걸쳐 연재한다.

보완대체요법은 현대의학을 보완(Complementary)하거나 대체(Alternative)하는 요법이다. 보완요법에서 보완은 정통의료를 보완한다는 의미로 정통의료와 함께 사용한다. 예를 들어 수술을 받은 환자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향기요법을 사용한다면 이는 보완요법이다.

반면 대체요법은 정통의료를 대신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암 치료로써 정통의료에서 추천하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나 항암제치료를 대신해 특별한 식이요법을 사용한다면 이는 대체요법이다.

이 둘을 합한 개념, 즉 정통의료를 보완하는 것과 대체하는 것을 합한 것이 보완대체요법이다.

그러나 무엇을 보완대체요법이라고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의하는 곳마다 약간씩 차이가 난다. 대한의학회 보완대체의학실무위원회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정통의학, 주류의학, 제도권의학, 정규의학에 속하지 않은 모든 보건의료체제 및 이와 동반된 이론이나 신념, 그리고 진료나 치료에 이용되는 행위와 제품 등의 치유자원 전체를 통칭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해당 국가의 전통의 일부가 아니고 주류 의료체계에 통합되지 않은 다양한 8부류의 건강관리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미국의 국립보완대체요법센터(NCCAM)에서는 “현재 주류의학의 일부가 아니라고 여기는 다양한 의료 및 건강관리 체계, 시술 및 제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세 곳의 보완대체요법 정의의 공통점은 ‘제도권의학, 주류의학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권의학에는 현대의학과 한방이 포함돼 있어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완대체요법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 등 외국의 경우 한방이 정통의료에 포함되지 않아 보완대체요법에 속해 있다고 한다.

WHO에서는 1980년대부터 서양의학으로 질병을 치료할 때 의료비가 비싸고 약물의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 전세계 각국의 전통의학을 발굴해서 제1차 보건의료에 이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 허위 과대광고 건강 무방비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의학을 연구하는 듯하다가 흐지부지 됐고, 전세계는 결국 중국의 침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처럼 전통의학이 흐지부지 되면서 유럽 의학계에서 대체의학이라는 말이 처음 나와 붐이 일기 시작했으며, 현재 각국의 전통의학과 민간요법이 알려진 것만도 600가지가 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만 해도 23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보완대체의학회에서는 대체요법을 서양의학에 밀접한 대체의학, 동양의학에 밀접한 대체의학, 동서의학 접목형의 대체의학 등 세 종류로 나누고 있다. 서양의학에 밀접한 대체의학에는 정골의학, 족부의학, 척추교정의학, 중금속제거요법, 해독요법, 최면요법, 심신의학, 에너지 의학, 영양요법, 분자정형의학, 엔자임 요법, 환경의학, 산소요법, 자장요법, 응용운동학, 바디웍요법, 롤핑요법, 꿈치료법, 오락치료, 신경치료, 재건요법, 세포치료법, 두개천골자극요법, 홍채진단법, 자발요법, 라이히안요법, 도인상상요법, 생체되먹이요법, 무도요법, 생물학적치과치료법, 신경언어학적 프로그램 요법 등이 있다.

동양의학에 밀접한 대체의학에는 수맥, 단전호흡, 숯가루요법, 아유르베다, 자연의학, 명상요법, 요가, 사상체질요법, 기치료, 터치요법, 약초요법, 단식요법, 꽃요법, 향기요법, 녹즙요법, 포도씨요법, 선식·생식요법, 발마사지요법, 소리요법, 원예요법, 반사요법, 봉침요법, 접촉요법, 심령치료법 등이 포함돼 있다.

동서의학 접목형의 대체의학에는 동종요법, 식이요법, 절식요법, 장요법, 광선요법, 수치료, 고열요법, 양자의학, 요요법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체요법들 대부분이 아직도 질병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각종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대체요법들이 서양의학의 한계성을 넘어서고 서양의학보다 우수하다는 등의 말로 현혹시키고, 환자들은 그러한 허구적인 말만 믿고 몸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보완대체요법으로 접근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론과 체계, 임상실험, 실험방법들이 과학적으로 연구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의료인 외의 자가 행하여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 ‘용하다더라’ 맹신 금물

부산의대 신경과학교실 박규현 교수는 “중국 침술의 핵심은 경락인데, 전신에 거미줄처럼 경락을 많이 그려 놓았지만 현대의학의 해부학적으로 발견된 것은 없다”면서 “세계신경과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편두통이 있을 때 경락에 자침하는 것과 경락이 아닌 곳에 자침하는 것은 차이가 없고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팀도 지난해 6월 신경학 전문지 ‘악타 뉴롤로지카(Acta
Neurologica Scandinavica)’에 ‘침을 침점(경혈)이 아닌 부위에 놓았을 때도 통증이 없어진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중점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조 박사팀은 통증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침점이든 침점 외 다른 부위든 침을 놓기만 하면 뇌의 통증 관련 부위(ACC)가 활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규명한 뇌영상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보완대체의학전문위원회 위원장이자 고려의대 안암병원 김형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보완의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한의학이 이미 제도권 내 의학으로 들어와 있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양·한방이 합쳐지는 추세인데도 우리나라는 (의료이원화로 인한) 독특한 구조로,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소비자연맹 이경섭 변호사는 “‘누가 용하다’라는 것만 갖고 찾아갈 순 없다”며 “합법화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대체의료수단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증이며, 의료수단을 시술하는 사람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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