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의 정체성 이젠 달라져야, 명확한 이익단체 필요"

인터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의협이라는 단체의 정체성과 모양새가 달라져야 한다. 이는 곧 우리나라 의사단체도 각각 분화돼 단체 특성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한의사협회 제40대 집행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익단체의 정체성에 대해 강조했다.

안 소장은 "남은 임기동안 의협에 명확한 이익단체를 구상하자고 제안하려고 한다"며 "의협이 법정단체이긴 하지만 별도의 이익단체의 발달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이는 곧 현재 의협이 이익단체 역할과 함께 보수교육 주도, 전문가 등의 역할을 하는데 이 같은 업무자체가 너무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씩 기능분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이익단체와 공익단체로서의 의협이 분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안 소장에 따르면 퀘백 등 북미대륙의 의사단체는 회원의 이익과 공공의 기능을 다루는 단체를 각각 설립해 활동한다. 프랑스의 경우, 의사들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출현했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다가 20세기 초에는 의사 이익단체가 200개에 달한 적이 있었다. 

그는 "수가협상, 정부정책에 대한 의견 등 의사의 이익을 위해 파업하고 투쟁하는 역할을 하는 이익단체가 필요하다. 또 환자 등 사회보호 관점에서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공익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는 따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 소장은 의협이 이익단체지만 의사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현재 의협 회장 선거는 이익단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3년마다 집행부가 바뀌게 되니 연속성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대의원들이 1년에 한번씩 만나서 대의원총회를 하고, 급한 사안이 있으면 갑자기 임시총회를 연다.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소통이 이뤄지겠냐"고 말했다.

이어 "선거로 사람들이 바뀌면 업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데 당연히 걸림돌이 된다"며 "이 때문에 이익단체로서 모양을 갖추는 것이 굉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소에서 다른 나라 이익단체에 관한 연구를 해보니, 우리 스스로가 힘을 약하게 하는 구조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강한 구조로 바꿀지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기능별 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 소장은 2020년이 의약분업 20주년을 맞아 그간의 역사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소장은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언론은 '전대미문' 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의사파업 자체를 부도덕하다고 몰아갔다"며 "그 당시 독재개발 논리로 정부가 추진하는 걸 반대하는 것은 다 나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파업은 노동권 중 하나로 의사단체에서 분명히 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이웃나라들의 파업 사례를 보면 평화적으로 해결을 했다. 그런 반면 우리나라는 구속을 하고 세무조사를 하는 등 아직도 독재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안 소장은 "올해 20주년인 만큼 아무런 보고서가 없이 그냥 지나가면 안될 것 같다. 자료를 모으고 정리를 해서 우리사회가 뭘 잃었고 얻었는지 등의 논문을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사들의 자율징계권과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위해 2020년에도 입법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밝혔다.

안 소장은 "남은 임기 동안 희망사항은 국회에서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를 하는 것이다. 비록 아직은 시기상조로 안될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입법 그 자체만으로도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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