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의사회 "척추 MRI 급여화, 우선순위 논의 필요"

내년 10조원 재정 소요 전망, 올해 안으로 정부에 의견 전달

(왼쪽부터) 한동석 회장, 고도일 총무부회장, 박진규 수석부회장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핵심인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건보 대상이 확대되면서 촬영 건수와 진료비가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이르면 연내에 건강보험 급여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대상을 축소하는 문재인 케어 보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앞으로 척추, 근골격 분야까지 MRI 급여확대가 예고된 상황에서 관련 업계가 우선순위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한동석)는 지난 24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간 중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동석 회장은 "중증질환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뇌 MRI 건수가 급증했다"며 "당장 내년부터 척추와 근골격계까지 MRI 범위가 늘어날 예정인데 이에 대한 우선순위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MRI 급여화 추진 로드맵에 따르면 뇌 뇌혈관 MRI는 2000억원, 두경부와 복부, 흉부, 전신질환 400억원, 척추 3300억 원, 근골격 3700억원 등의 비급여 규모를 가졌다.

이에 국회에서는 지난해 10월 뇌 MRI 급여화가 적용된 이후 MRI 검사 건수를 조사한 결과, 2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촬영 환자 수는 48만4000명에서 79만명으로 늘었으며, 진료비는 1995억 원에서 4143억원으로 증가했다.

급여화 이전에는 한 회 촬영에 70만~80만원가량 들던 뇌 MRI 촬영 비용이 건보 보장성 확대로 40만원가량으로 줄면서 뇌혈관·뇌출혈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도일 총무부회장은 "척추질환에 대한 MRI 급여 적용은 내년이고 관절 MRI는 그 다음해로 예정되어 있다"며 "척추의 경우, MRI를 찍으면 뭐든지 문제가 있다고 나올 것이기에 급여화 진행 시 추계보다 많은 재원 소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 회장 역시 한 회장은 "우리가 예상했던 부분이다. 본인부담이 줄어들면 MRI를 찍으려는 행위가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척추와 근골격계 MRI다. 만약 급여화되면 약 10조원은 쓰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척추와 근골격계 MRI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는 매우 높을 것"이라며 "누구라도 한번쯤은 찍어보고 싶은 맘이 클 것이다. 뇌 MRI 대비 늘어나는 건수 자체가 훨씬 클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쯤에서 다시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규 수석부회장도 "정부가 MRI급여화를 진행하면서 총 6조5000억원 정도를 추계했다. 하지만 아직도 급여화를 진행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며 "뇌 MRI만으로도 2조2000억원을 썼다. 향후 근골격계와 척추 MRI가 급여화가 되면 이것보다 더 많은 재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신경외과의사회 차원에서는 대한의사협회와 조율과정을 거쳐 문케어 우선 순위 설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관련 내용을 정리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회장은 "문케어 이후 무부분별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가격이 내려가면 통제는 불가능하다"며 "필수적이고 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할 항목 등을 선정해야 할 시기다. 당장 내년부터 MRI 범위 확대가 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MRI 검사는 2021년까지 모든 MRI 검사로 확대될 예정인데, 복지부는 진료비 증가를 들어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재  정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항목을 추려 '건강보험 지출관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말 기준 20조5955억원에 달하는 누적적립금은 이르면 2024년 소진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불필요한 급여 지출을 연간 3%씩 줄이겠다는 밝힌 바 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