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심평원, 일방적 표준서식 강제화 철회하라"

심사와 무관한 진료정보 독점…"사생활 침해 등 잠재적 위협"

심평원의 일방적 표준서식 강제화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가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고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안)을 전면 철회 및 재논의를 촉구했다.

의협은 "심평원이 추진하는 표준화 작업은 환자의 진료정보를 수집해 의료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할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심평의학이라는 관치의료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이기에 의협은 일방적 표준서식 강제화에 강력히 반대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31일 심평원은 요양기관의 심사자료 제출에 대한 편의 제공을 명분으로 38개의 일방적 표준서식을 만들고, 이에 근거한 자료 제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안)을 공고했다.

심평원은 "요양기관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심사자료를 제출하고자 하는 경우,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통해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제출과정의 편의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고, 그 이용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정하고자 한다"며 제정안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 표준서식이 지난 8월 1일부터 강행되고 있는 분석심사의 기반인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심사와 관련 없는 환자의 각종 질병정보와 함께 진료의 세부내역들이 망라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의협은 "심사와 무관한 진료의 모든 내역을 제출하라는 것은 사실상 심평원이 의료의 질 평가라는 명목 하에 심사의 범위와 권한을 확대하고 의사에게는 규격화된 진료를 강요하는 것이다"며 "궁극적으로, 의료비용 통제 목적의 분석심사 도입을 위한 사전 조치라 할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심평원은 청구소프트웨어의 인증에 대한 권한 등을 기반으로 요양기관의 진료비 서식에 대한 표준화를 노력했지만, 호환성 부족 등의 문제로 서식을 표준화하지 못해 진료정보의 축적 및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따라서 서식 표준화를 통해 기술적 한계를 해소하고, 프로그램 변경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의협은 "프로그램 변경 요양기관에 떠넘기면서도 심평의학이라는 단일 기준을 확고히 자리 잡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표준서식의 강제화이다"며 "심평원의 진료정보 집적화 및 독점력에 대한 권한 강화는 결국 심평의학의 문제를 강화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문제인 급여기준의 합리화와 심사과정의 투명화가 선행되지 않은채 오로지 모든 부담을 의료기관에게 넘기고 사실상 국가가 정해놓은 양식에 따라 진료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심사와 관련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서식 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이미 전 의료계가 심평원의 일방적인 처사에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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