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접골사와 침구사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예전에는 의사도 구분이 있어서 의사 외에 한지의사, 검정의사, 의생이 있었다. 병원에 가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서 유사의료업자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우스갯소리로 도립병원에 가거나 의사의 진료를 받고 죽으면 복이 많다고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 경찰관은 대개 검도나 유도를 잘 했다. 경찰서에는 무도관이라는 수련장이 반드시 있었고 경찰서 앞에는 접골시술소도 있었다. 유도는 거친 운동이기 때문에 뼈가 어긋나거나 탈구되고 부러지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종합병원 외과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 대신 손쉽게 접골시술소에서 치료를 받았다.

나도 어렸을 때 발이 삐어 접골시술소에서 치료받은 기억이 있다. 한의사 제도도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약도 지어 먹고 침도 자주 맞았다. 면허제도가 있었지만 용하다는 침구사를 수소문해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서 의사와 한의사로 통일되고 침구사는 더 이상 양성되지 않는다.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추나요법이 유행하고 있지만 그것이 옛날 접골시술소의 역할을 온전하게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의료의 접근 문호가 의사와 병원으로 통일돼 있지는 않다. 근래 인기를 끌고 있는 침구사들도 있고 물리치료를 담당하는 물리치료소가 병원 밖에 있어서 가볍게 치료를 받는 것을 보았다. 일본도 지금까지 접골 시술사가 버젓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에 대한 접근 문호는 너무 단순화 돼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침구사 제도는 부활되는 것이 좋고 일본의 접골사와 미국의 물리치료실을 보완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사의료기관이 제도화됐으면 좋겠다.

의료는 획일적으로 단순화시킬 필요는 없다. 특히 유태우 박사가 보급하고 있는 수지침도 진료권에서 수용하고 접골사나 물리치료실 같은 것도 생겨나기를 바란다.

옛날에는 비방도 많았다.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비법이 많았고 그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아직 명맥을 잇고 있는 죽염 같은 것도 좀 더 과학적인 효능을 밝혀내고 도움이 된다면 활발히 이용했으면 좋겠다.

옛말에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접골사나 침구사 그리고 미국의 물리치료실을 한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데 의사와 의료기관으로 단순화시킨 의료접근 문호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손을 좀 봤으면 한다. 나이 먹은 사람의 의견이다.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