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71% 폭언·폭행 노출…의협 "종합적 대책 마련해야"

진단서 허위발급 요구 환자 처벌 특별법 제정 추진 등 모든 역량 총동원

의사 10명 중 7명이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아닌 일반 외래 진료중에서도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에 의료계는 진단서 등 서류 발급에 있어 허위내용 기재를 요구하는 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규의 신설을 추진함과 동시에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종합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13일 의협 임시회관에서 '의료인 폭력 근절 대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 회장은 "설문조사를 확인한 결과, 의사들은 일반적인 진료실에서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폭언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의사가 실제 환자의 상태와는 다른 허위 진단서 발급 요구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의료기관 내 폭력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진료실 폭행을 막기 위한 대책이 발표됐지만, 최근 서울시 노원구 소재 을지대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정형외과의사의 손가락이 사실상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 회장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의료기관 내의 폭력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또 지난 11월 6일부터 5일간 회원 2034명을 대상으로 의료인 폭력과 관련해 긴급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회원은 전체 2034명 중 1455명으로 71.5%에 달했으며, 이중 폭력을 경험한 의사 가운데 약 15%가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은 "이는 응급실 등을 제외한 외래진료실에서 일어난 일로 실제로는 일반 외래진료 중에도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단순 폭언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비율도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료실에서 경험한 폭언 또는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10.4%에 달했고 이 가운데에는 봉합이나 수술, 단기간의 입원, 심지어는 중증외상이나 골절 때문에 생명을 위협받은 경우도 있었다.

진료실에서의 폭언과 폭력을 '1년에 한 두 번은 경험한다'는 의사회원의 비율은 50%가 넘으며, '매달 한 번씩은 겪는다'는 비율도 9.2%에 달했으며, 드물지만 '매주 1회 이상 또는 거의 매일' 겪는 의사들도 있었다.

진단서와 소견서 등 서류발급과 관련한 불만이 응답자의 16%로 나타났는데, 앞서 을지대병원의 사건도 환자가 장애등급 판정을 위해 무리하게 진단서를 요구하고 의사가 이를 거듭 거부하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 원인이 됐다.

최 회장은 "현재 의료법에는 진단서를 허위 발급한 의료인에 관한 처벌규정만 있는데, 의협은 진단서 허위발급을 요구하거나 종용하는 사람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폭언이나 폭력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한 회원은 28%인데 이 가운데 실제 실질적인 처벌에 이른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나 사법 관계자의 설득 또는 권유로 인해 의사 본인이 고소, 고발 등을 취한 것이 가장 많았으며,피의자의 사과나 요청에 의한 취하, 사법 절차 진행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한 취하까지 합치면 처벌에 이르지 못한 경우의 74%에 달한다.

최 회장은 "결국, 의료기관 내 폭력에서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고 이는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한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의협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정당한 진료거부권의 보장 필요성이 다시한번 확인됐다"며 "이에 대한 회원들의 요구 역시 높은 만큼 이미 국회에 제출된 법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 자리를 빌려 의료기관 안전수가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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