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선 TF 회의… 의료계 불협화음 '여전'

의협 제안서 두고 내홍…대개협, 전달체계 논의 배제에 단독 협의체 구성도

(왼쪽)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이 의료전달체계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하고 있으며,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료전달체계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달개비에서 의료계, 환자·소비자, 노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TF(이하 TF)' 첫 회의가 열렸다.

앞서 복지부는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경증환자가 쏠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 4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에 대해 의료계에서 여러 우려점을 제기하자, 복지부는 각 직역 전문가들과 문제점을 논의하고 이에 따른 중장기 대책까지 마련하고자 TF를 구성했다.

이날 의료전달체계 개선 TF 첫 회의에는 복지부에서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과 이기일 건강보험정책국장,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의료계에서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 김대영 의무이사,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부회장, 오주형 보험부위원장이 참석했다. 또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한영수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등 환자·소비자·노동계에서도 참여했다.

TF에서는 의료제공체계(의료기관 종류별 역할 및 운영체계) 정립,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한 제도 개선, 지역 내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인력‧병상 등 의료자원의 적정 관리체계 등을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TF를 통해 논의를 거쳐 빠르면 내년 6월 중 중장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첫 번째 회의인 만큼 TF 위원들은 상견례 형식으로 진행했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의료전달체계의 가장 중심에 서있는 의료계 내부에서의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어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특히 개원의들을 대표하는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테이블에 대개협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정부에 단독적인 협의체 구성까지 요구하고 있다.

김동석 회장은 "이중 개원의는 김대영 의무이사가 전부다. 하지만 김 이사는 개원의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며 "과연 김 이사가 개원의의 입장만 말할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의협이 개원의를 대신해서 의료 현안에 참여하면 안된다"며 "모든 의료기관의 최상위 단체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변한다고 하면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협 의료전달체계 TF에 대개협 위원 3명이 참여하고 있고 아젠다를 만들 때부터 우리 의견을 제출했다"며 "하지만 결정적으로 회의를 할 때 다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우리 의견은 소수로 묻혀 버리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의협과 복지부 측에 공문을 보내 TF 위원으로 대개협 대표의 참여 당위성을 설명해 놓은 상황"이라며 "의협 최대집 회장에게도 위원 구성을 제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의협 의료전달체계TF가 만든 의료계 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대개협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300병상 이하 병원들과 하나의 군으로 묶을 경우 의원들과 중소병원들의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의원과 중소병원이 1단계에서 묶이면 이들이 경쟁을 하게 된다"면서 “지금 현재도 환자들이 의원이랑 병원에 마음대로 가서 진료의뢰서를 받고 있는데 이런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이 제안한 안은 현재 하고 있는 안이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번 논의에서 전체적인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사회 역시 의협이 꺼내든 의료전달체계 제안서가 동네의원이 아닌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향하고 있다고 비난을 가하는 상황. 경기도의사회는 이에 더해 최대집 회장의 사퇴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갈등이 심각하다.

이번 의협안의 핵심은 1차 동네의원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동일 1차로 묶어 동네 경증환자에 대한 무한 경쟁을 하게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기존 300병상 이상 2차병원은 만성당뇨, 고혈압 경증부터 시작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진료를 할 수 있는 편의와 특권을 누리고 만성질환자 왕진까지 싹쓸이 해 1차 의료기관을 파괴시키겠다는 상식을 벗어난 의료전달체계를 제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의사회는 "경증환자 진료에 대한 경계선이 무너지며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2차와 3차 사이에는 완벽한 진료 장벽을 치면서 1차 의원과 300병상 종합병원의 벽을 없애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시도의사회장들이 정부가 구성한 의료전달체계 TF에 대개협 위원을 포함시켜야한다고 집행부에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시도의사회장단이 집행부에 권고를 했기 때문에 이런 사안에 대해 무겁게 생각한다. 현실을 좀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며, 의견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의협은 내부 논의 구조에서 권유가 나오는 경우, 다시 제고를 하게된다. 아마 가능한 넣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내일 상임이사회가 진행되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와 관련된 것은 95%의 회원들이 동의하는 쪽으로 무조건 갈 것"이라며 "의협의 안이 의사와 국민 모두를 위함임을 회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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