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 혈우병 치료…합병증 우회치료와 면역 억제제 사용

연대의대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CLINICAL & EXPERIMENTAL THROMBOSIS AND HEMOSTASIS’ 저널에 논문 게재

누구나 한번쯤은 교과서, 문학, 영화 등을 통해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접해봤을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는 1837년부터 1901년까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64년으로, 이 시기의 영국은 정치적으로도, 산업적으로 가장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다. 빅토리아 여왕은 영국의 황금기를 이끈 통치자였단 사실 외에도 ‘혈우병’을 세계사에 각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빅토리아 여왕은 ‘혈우병’ 보인자였으며 혈우병이 ‘왕가의 병’으로 불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혈우병(hemophilia)은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가 부족하게 되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혈우병은 약 10,000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데, 부족한 응고인자의 종류에 따라 혈우병 A와 혈우병 B 두 종류로 나뉜다. 빅토리아 여왕과 그 후손들이 혈우병을 앓았던 사실로 인해 혈우병은 선천적인 유전으로 인해서만 발병한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혈우병은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이를 후천성 혈우병(acquired hemophilia)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후천성 혈우병 A는 8번 응고인자에 대한 자가면역항체로 인해 혈중 8번 응고인자가 억제되고 고갈되어 출혈과 관련된 합병증이 발생하는 매우 드문 질환이다. 최근 이 후천성 혈우병 A에 대해 ‘CLINICAL & EXPERIMENTAL THROMBOSIS AND HEMOSTASIS’ 저널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의 논문이 게재되어 주요 내용을 요약해본다. 이 논문은 한국혈전지혈학회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됐다.

서론
후천성 혈우병 A는 100만 명 중 1년에 0.2-1.48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로 남아에게서 발생하는 선천성 혈우병과는 달리 후천성 혈우병의 경우, 65세 이상의 고령의 남녀에게 모두 비슷한 비율로 발생한다.ii,iii,, 종종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출혈 합병증이 발생하기에, 관련된 증상을 동반한 환자에서 조기에 진단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진단
과거에 출혈 경향이 없었고, 출혈 질환에 대한 가족력이 없는 환자에서 갑자기 발생하거나 가벼운 시술이나 상처 후에 심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후천성혈우병 A를 반드시 의심해 보아야한다. 진단을 하는데 초기에 가장 중요한 검사 소견은 프로트롬빈시간(prothrombin time)은 정상이고, 활성화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activated partial thromboplastin time, aPTT)이 연장이 있으면서, 혼합검사(mixing test, 정상인의 혈장과 같은 양의 환자의 혈장을 넣어서 환자의 연장된 aPTT 의 교정 정도를 확인하는 검사)에서 환자의 연장된 aPTT가 50% 이상 교정이 되지 않는 결과이다.

후천성혈우병 A의 최종 진단은 감소된 혈중 8번 응고인자 농도와 8번 응고인자에 대한 자가항체의 확인으로 가능하다. 후천성혈우병 A에서 관찰되는 자가항체는 주로 면역글로불린G (immunoglobulin G, IgG)이며, 응고인자 8번 경쇄의 C2 domain이나 A2 domain, A3 domain에 대한 직접적인 항체이다.

출혈과 관련된 합병증의 치료
후천성혈우병 A에서 25-30%에서는 출혈관련 합병증이 심하지 않아서 이에 대한 지혈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측정된 잔류 8번 응고인자 농도나 자가항체의 농도로 출혈의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임상적인 출혈 양 상에 따라 적절한 응고치료가 필요하다.ii,iii,

후천성혈우병 A 환자에서는 8번 응고인자에 대한 중화 자가항체가 있으므로 8번 응고인자의 응고기전을 우회하는 우회치료(bypassing therapy)가 필요하다. 우회치료로 활성화된 프로트롬빈 복합체 농축물(Activated prothrombin complex concentrate, aPCC [FVIII inhibitor bypassing activity, FEIBA, Baxalta, Bannockburn, IL, USA]) 50-100 units/kg을 8-12 시간마다 천천히 정주하거나(최대 용량 200 U/kg/24hrs), 재조합 활성화 7번 응고인자(Recombinant activated factor VII, rFVIIa [NovoS even®, Novo Nordisk, Bagsvaerd, Denmark]) 70-90 g/kg을 2-3시간마다 지혈이 될 때까지 투약한다.

지혈이 어느 정도 된 이후에는 투약 간격을 늘릴 수 있다. 유럽에서 진행된 대규모 European Acquired Haemophilia (EACH2) registry 연구에서 출혈을 치료하기 위하여 사용된 약제는 rFVIIa (56.7%), aPCC (20.5%), 사람재조합 8번응고인자(18.2%), 데스모프레신(Desmopressin, DDVAP, 4.6%)으로, rFVIIa나 aPCC를 사용한 우회 치료로 91.8%에서 출혈을 조절할 수 있었다.

사람재조합 8번 응고인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낮은 출혈 조절률을 보였다(69.6%). rFVIIa나 aPCC를 사용한 우회치료를 시행할 경우 동맥이나 정맥의 혈전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EACH2 registry 연구에서 보고된 혈전증 빈도; rFVIIa 2.9%, aPCC 4.8%). 특히 고령에서 암을 동반하고 있거나 이전에 혈전증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aPCC 치료에 반응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는 rFVIIa으로 치료약제를 변경하여 시도해 볼 수 있다. 후천성혈우병 A 환자에서 주요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방적으로 이들 우회치료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우회치료약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재조합 8번 응고인자나 혈장유래 사람 응고인자 8번 농축물을 사용하거나 근거가 미약하지만 데스모프레신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주로 8번 응고인자에 대한 자가항체 농도가 매우 낮은 경우에 주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점막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신장 관련 출혈이 없다면 우회치료약제에 추가로 항섬유소용해제(antifibrinolytic agents; tranexamic acid)를 추가로 사용해 볼 수 있다.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 제거
후천성혈우병 A 환자의 1차 면역억제치료로는 스테로이드 단독치료가 가능하며, 비록 장기 생존율의 이득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스테로이드+경구용 cyclophosphamide 치료도 1차 치료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치료에 반응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는 rituximab-기반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Rituximab 이외에도 mycophenolate mofetil, azathioprine, vincristine 그리고 cyclosporine 등을 이용한 면역억제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고용량의 면역글로불린 주사(intravenous immunoglobulin)는 권고되지 않는다. 면역억제치료 중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고, 이와 관련된 사망도 보고되고 있어서 면역억제치료 중 보존적 치료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요구된다.

결론
후천성혈우병 A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선천성혈우병과 다른 임상양상과 기전을 가지고 있으므로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진단이 중요하다. 출혈 질환에 대한 과거력이 없는 환자에서 설명할 수 없는 aPTT 값의 연장을 보이면서 출혈 경향을 보이는 경우 반드시 후천성혈우병 A를 고려해야 한다. 출혈과 관련된 합병증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우회치료와 면역 억제제를 사용한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 제거가 치료의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 효과적인 치료방법 확립을 위해서는 다기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국내에서 허가 받은 우회치료제는 ‘노보세븐®(NovoSeven®)’, ‘훼이바(FEIBA)’ 등이 있으며 최근 후천성혈우병 A 관련 우회치료제의 보험가이드라인이 변경이 되어 치료제 선택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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