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비용·시간 단축으로 경쟁력 우위 선점

[창간 53주년 기획 / 첨단 바이오의약품 R&D성과] 제약업계 'AI'로 패러다임 변화

제약기업의 최대 목표인 신약개발에 AI(인공지능) 활용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를 비롯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AI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신약 연구개발 비용은 20151498억 달러에서 연평균 2.8% 증가해 20221820억 달러에 이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신약 허가 건당 연구개발 비용은 평균 24억 달러에 달한다.

보통 5000여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5개만이 임상에 진입하고, 그 중 하나의 신약만이 최종적으로 판매허가를 받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기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을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한 해에 200~300여건 정도가 되지만, 인공지능은 한 연구에서만도 100만 건 이 상의 논문을 읽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에서 기존에 등록된 400만 명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발달해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활용이 되면 미래에는 단지 수 명으로 구성된 제약사에서도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여 블록버스터 약물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AI의 활용은 신약개발의 실패확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함으로써 임상시험을 최적화 시킬 수 있고, 생물학적 시험에 들어가기 전 AI를 통해 자동 문헌 분석, 독성 예측, 컴퓨터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의 발굴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 인공지능 이용 신약 개발 활발’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다.

화이자는 지난 2016년부터 면역과 종양학 부문 신약개발을 위해 IBMAI 왓슨을 활용해 신약에 적용될 표적을 발굴하기 위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방대한 정보로 복잡한 암 치료 영역에서 신약과 병용요법 개발을 효과적으로 돕고 환자들에게 보다 신속히 혁신적인 신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얀센은 영국 AI 기업인 베네볼런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AI를 적용한 임상 단계 후보물질 평가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MSD는 항암 관련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글로벌 항암 빅데이터 연합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효율적인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수행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다케다제약과 NEC 50여개 제약 및 IT 기업들과, 이화학연구소, 교토대, 병원 등 산학연이 협력해 신약개발을 위한 AI 공동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AI 개발을 위해 참여기업과 연구기관에서 100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팀을 이뤄 신약 개발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암과 치매를 비롯해 우울증, 발달장애, 아토피성피부질환, 자기면역질환, 관절염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개별 환자에게 최적의 투약 및 검사방법을 도출해 내며, 제약사들을 분석 결과를 이용해 신약개발에 활용하게 된다.

테바는 IBM과 제휴해 호흡기 및 중추 신경제 질환 분석 및 만성질환 약물 복용 후 분석 및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테바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 중 약 2억명 상당의 복용 후 데이터를 모아 부작용 사례, 추가 적응증 확보 및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신약개발 AI 스타트업인 아톰와이즈(Atomwise)사는 AI를 활용해 하루 만에 에볼라에 효과가 있는 신약후보 2개를 발견했다. 버그사도 독자 개발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14조 개에 달하는 암 관련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한 바 있다.

국내 대형사 중심으로  AI 부서 신설 및 제휴 추진

아직 미미하지만 국내에서도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신약개발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AI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하거나 해당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지원을 담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AI 활용에 대한 법적 토대가 마련, 향후 신약 후보물질 탐색 기간과 소요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AI 관련 연구의 가속화를 위해 올 초 헬스케어인공지능사업부를 신설하면서 본격적인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정밀의료 및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유전체 변이 분석을 통한 맞춤형 항암제 처방 기술과 더불어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및 신약 재창출을 위한 AI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 AI 분야의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신약개발 AI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한 협업 연구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신테카바이오와 신약 유전체 빅 데이터 및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 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생명과학 임상 연구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제공 업체 메디데이터의 임상 시험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3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AI 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 회원사의 신약개발 지원업무를 본격화했다. AI 신약개발지원센터는 AI 기술보유 업체와 제약기업 간 1:1 컨설팅 지원, AI 활용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센터는 AI 신약개발 가속화를 위한 개방형 혁신 허브를 국내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AI 활용 신약개발 플랫폼·스마트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활용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75억원을 투입,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을 전개한다. 임상시험 효율과 품질 등을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 구축 지원 사업'에도 올해 2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도 신약개발 성공률은 10%를 밑돌지만 AI를 활용하면 후보물질 발굴부터 신약승인, 제품 생산 등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실패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규모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글로벌제약사와 격차가 크지만 AI 기술은 국내 제약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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