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5일 보건복지부 김강립 의료정책팀장의 ‘유사의료행위 조항 삭제’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한의사협회가 사전에 야합했을 것이라는 단서가 하나둘씩 포착되고 잇다. 복지부 유영학 정책홍보실장은 18일 대한한의사협회 제52회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 유시민 장관을 대신해 낭독한 치사를 통해 “지난 15일 공청회에서 한의계가 유사의료행위의 문제를 잘 지적해줘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사실 복지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으며, 여러 가지 논란 끝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실장이 “여러분께서 한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사전에 한의사협회 집행부와 무언가의 약속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한의사협회 엄종희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한 대의원이 “지난 3일 한의협 전국 이사회에서 공청회 불참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15일 공청회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개인적인 영예를 위해 참여했던 것은 아니고, 한의협의 수장으로서 협회의 이익을 위해 참여했던 것이다”고 답해 이 자리에 미리 알고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엄 회장은 이어 “의료법 전면 거부를 내걸고 비대위가 출범은 했지만 비대위가 복지부와의 협상채널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복지부와의 협상을 맡아왔던 집행부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엄 회장은 총회 종료 10여분을 남겨두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대의원들이 의결한 두 가지를 문제 삼았다. 하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전면 거부’이고, 다른 하나는 대정부 투쟁의 전권을 비대위에 위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복지부로부터 유사의료행위 조항의 삭제 확답을 받은 상태에서 어떻게 전면 거부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엄 회장의 1차 고민이다. 여기서 복지부에서는 유사의료행위 조항 삭제를 주는 조건으로 의료3단체의 공조파기 약속을 요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예산과 조직을 비대위에 다 넘겨주고 나면 사실상 무장해제나 다름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김정곤(서울시한의사회장) 비대위 정책위원장도 “(복지부) 의료정책팀장이 ‘(의료법 개정안) 제113조를 삭제할테니 (3월 15일) 공청회에 나와라’고 제한테 얘기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9일 성명을 내고 “공론의 장마저 정치적 야합을 합리화하는 장으로 바꾸어버린 복지부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버렸다”며 복지부의 유사의료행위 조항 삭제를 강하게 비난했다. 경실련은 “유사의료행위는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관련 규정이 없어 무면허의료행위로 수많은 범법자를 양산하는 등 그 부작용이 심각해 관련 조항을 만들어 국가가 체계적으로 질 관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복지부 관계자가 공청회 자리에서 어느 한 쪽의 입장만 수렴해 결정을 내리는 황당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론의 장인 공청회 자리를 의료계와의 사전 야합을 포장하기 위한 공식적인 자리로 이용한 복지부에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한 사과와 철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의사협회 간의 유사의료행위 조항 삭제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양파껍질 벗겨지듯 점차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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