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TV를 ‘바보상자’라고도 했지만 요즘 들어 나에게는 참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드니 밤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 TV를 틀면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케이블 TV가 보편화돼서 영어방송이나 일본TV도 쉽게 볼 수 있다. 오늘은 좀 재미있는 얘기인데, 미국 CNN과 영국 BBC 그리고 일본의 NHK 방송 얘기를 좀 하겠다.
방송사도 각기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있고 이를 보도하는 입장도 다르다. 그중 일기예보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시간마다 일기예보를 내보내는데 요새는 미세먼지에 대한 얘기가 많다. 외출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일본의 경우에는 ‘花粉정보’라고 해서 계절에 따라 좀 다르지만 초봄부터는 꽃가루 주의보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TV에서는 황토고원과 고비사막, 몽고에서 먼지바람이 일면 자동차를 운전하기도 힘들어서 외출을 자제하라는 얘기도 줄곧 나온다.
근래 중국 정부는 북경의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해 석탄 사용을 제한하고 먼지를 뿜어내는 공장들도 지방으로 옮겼다는 얘기가 많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원인을 따지고 본다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먼지 탓도 있지만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 배기가스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 봄철이면 매일 방송에 나오는 꽃가루 주의보도 자연현상이라기보다 사람들이 만든 人災라 볼 수 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산에 전나무를 많이 심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계속됐다. 그 결과 질 좋은 전나무 목재들이 생겨나 국가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나무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게 된 것이다. 아무리 대도시라 해도 꽃가루 피해를 받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그 결과 알레르기 환자가 늘고 천식은 물론 호흡기병을 유발해서 이제는 꽃가루가 없는 전나무를 개발해서 심고 있다고 한다.
근래 우리나라에선 자연의 복원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사라진 황새를 시골에서 볼 수 있게 하고 앞으로는 저어새 복원에도 힘쓴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동물이나 식물의 자연복원은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서울에서도 가로수를 버드나무로 바꾸었다가 꽃가루가 날려서 없애버린 일도 있다. 그 대신 은행나무를 심었지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열매 때문에 아직도 골머리를 앓는 곳이 많다. 자연복원은 심사숙고해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일본처럼 꽃가루 주의보가 발령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나이 든 사람의 노파심이라고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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